[책요약] 제2한강 - 권혁일
*본 글은 출판사 '오렌지디'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자살 이후의 세계를 그린 소설.
작가의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은 후 쓴 책이라고 한다.
배경은 '제2한강'이라는 가상의 사후세계.
'제2한강'은 자살한 이들이 모이는 장소이며, '다시 자살'을 해야만 완전한 소멸을 이룰 수 있다. '다시 자살'은 마지막 2~3초의 순간에 느낄 감정을 선택하여야만 할 수 있다.
'제2한강'에서는 모든 재화가 무료이며, 생전 소유했던 것들을 다시 가질 수 있다(애완동물은 제외).
직업은 없어도 되지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관공소, 식당 등에서 일할 수도 있다.
소설은 주요 인물 4명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
개발자 출신인 '오 과장'은 업무로 인한 공황장애 끝에 자살한 인물이다.
그가 담당한 어플의 오류로 회사에 손해가 생기면서 팀장과 팀원들에게서 무시를 당한다. 심각한 공황장애를 겪던 그는 어느 날 오후 6시 정각에 자살함으로써 오랜만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시퇴근을 한다.
그는 항상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인정받고 싶어 했다. 제2한강으로 온 뒤에도 생전의 기억으로 고통받다, 우연히 존재를 인정받는 기분을 느끼면서 '다시 자살'을 실행한다.
마지막 느끼고 싶은 감정은 "누군가 미소 지으며 '그 정도면 잘했어'하고 말해주는 느낌".
...
뷰티 전문 유튜버 '화짜'는 악플로 고통받다 자살한 인물이다.
외모 컴플렉스가 있던 화짜는 화장을 통해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꽤 많은 팔로워를 가진 뷰티 전문 유튜버가 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녀의 외모를 비하하며 괴롭히는 악플러가 등장한다. 친구의 격려로 다시 방송을 시작해 보지만 악플러가 사실은 그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자살을 선택한다.
사후에도 외모 컴플렉스에 시달리던 화짜는 오 과장을 통해 그녀의 팔로워 중 한 명인 회사 후배를 상기하게 된다. 후배는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했고 위로해 줬다. 화짜가 너무 힘들었을 때 그녀가 좋아하는 5가지 맛 아이스크림을 전달해 주기도 했다.
진심으로 응원해 줬던 사람을 기억하게 된 화짜는 '다시 자살'을 실행한다. 마지막으로 느끼고 싶었던 감정은 '제일 좋아하는 맛만 담긴 아이스크림 한 통을 다 먹는 느낌'.
...
'이슬'은 가정폭력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고 외톨이로 지내다 자살한 인물이다.
이슬은 원래 친구들이 많았지만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해 존재감을 상실한다. 본인은 행복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친구들과 멀어진 이슬은 외로움에 잠식되어 가다 자살한다.
제2한강에 온 이후로 이슬은 동갑의 친구를 찾아 헤맨다. '다시 자살'을 함께할 친구가 필요했던 것. 하지만 10년이 지나도록 조건에 맞는 친구를 찾지 못한다.
그렇게 계속 친구를 찾던 이슬에게 누군가 말한다. "나이가 같아야 친구인가, 마음이 통해야 친구지".
이슬은 제2한강에서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고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다시 자살'을 실행한다.
이슬은 '다시 자살'에 많은 친구들을 초대하여 작별인사 후 다리에서 뛰어내린다. 마지막 느끼고 싶은 감정은 "아무 생각도 안 드는 것". 그녀가 느끼고 싶었던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다'는 감정은 '다시 자살'을 전에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다.
...
주인공 '형록'은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해 자살한 인물이다.
어린 시절 강아지를 잃어버린 후에 '책임지는 것'에 두려움을 갖는다. 책임 회피는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되고, 대인관계는 매우 제한적이다. 어쩌다 시작된 연애도 결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좋지 않게 끝난다. 그리고 어느 날, 주인공은 문득 그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제2한강에서 이슬을 알게 된 주인공은 '하루를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하찮은 하루여도 내일로 이어지는 것 자체로 제 역할을 다 한 것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삶의 의미는 때때로 아무것도 아닌 것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과거의 상처가 자살의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찬찬히 돌아보면 과거가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다.
미래가 없는 세계관과 과거에 상처 입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이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