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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 양성관

세발너구리 2024. 3. 2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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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가 마약에 대하여 폭넓게 다룬 책.

마약의 역사, 유래, 의학 분야에서의 역할, 인체에서의 작용/부작용 및 정책까지 상당히 넓은 분야를 다루고 있다.

 

의사가 저술한 책인 관계로 전반적으로 의학 용어들이 종종 보이지만,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매우 쉽고 재미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부분은 마약과 관련된 정책 부분이다.


보수성향의 정권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유(의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개인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고 야경국가로써의 역할을 강조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상을 바탕으로 할 때 보수정권은 마약범죄에 엄격하다. 쉽게 말해 '마약 중독 역시 본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므로 처벌에 중점을 둔다.

 

반면 진보정권은 큰 정부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개인의 문제를 정책의 결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개인의 마약중독 역시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재활과 치료에 보다 더 집중한다.

 



본인의 성향에 따라 진보/보수의 방향이 맞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위의 정리는 단지 이론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선, 진보정권이라고 하여 재활과 치료에 엄청난 예산을 할당하지는 못한다. 중독치료보다 훨씬 더 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얼마든지 쌓여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은 정권이 유지되는 동안 마약 관련 사건이 부각되지 않게 노력할 뿐 유의미한 개선을 보여주지 못한다.

 

한편, 보수정권은 마약범죄를 처벌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들은 '악(범죄)에 맞서는 정의로운 정권'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처벌과 단속을 강조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방식이 마약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고 본다.

 


 

어느 쪽이 약간이라도 더 나은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잘못하고 있다는 점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저자의 주장과 같이, 마약 문제는 교육과 예방, 중독 치료에 더하여 중독자 중심의 정책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 혹여 치료보다 처벌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보는 관점을 위해 첨언하자면, 중독자를 처벌하는 비용과 그들을 치료하는 비용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교도소는 마약 중독자들에게 사관학교와 같아서 교정효과는 고사하고 그들을 엘리트 마약 중독자로 만든다고 한다. 교도소에서 그들은 보다 쉽고 저렴하게 마약을 구하는 법과 마약을 판매하는 법 등을 배우게 된다고 한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한 달을 굶으면 남자는 칼을 들고 여자는 옷을 벗는다'라는 글을 봤다. 꽤나 강렬한 문구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와 매우 유사한 글을 봤다. 마약 중독자들이 돈이 없어 마약을 못 사게 되면, 돈을 구하기 위해 여자는 매춘을 하고 남자는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배고픔 때문에 하지 말아야 일을 하는 것에 한 달이 걸린다면, 마약 때문에는 3일이나 걸릴까?

 

종류가 뭐가 되었든 마약은 애당초 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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