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역사

[책리뷰] 난중일기 - 이순신

세발너구리 2024. 4. 1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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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 장군께서 임진왜란 직전부터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 이틀 전까지 작성한 일기를 모은 책.

 

원본은 각 해(年)의 명칭을 이용해서 '임진일기', '정유일기' 등과 같이 구분되어 있었으나, 정조 때 "이충무공전서"를 편찬하면서 이를 통합하여 '난중일기'라 칭했다 한다.

 


 

'일기'라는 글의 특성상 개인적인 내용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예를 들어 본인의 흰머리를 뽑으면서 그 이유가 늙은 어머니가 자식을 걱정할까 염려되기 때문이라고 적는다. 때로는 꿈을 해석하여 길흉을 따져보거나, 점을 치면서 앞날에 대한 예측을 하는 인간적인 모습도 보인다.

 

모친을 여의었을 때와 셋째 아들을 잃었을 때의 일기는 읽는 사람의 가슴을 울릴 정도로 참담하다.

 


 

난중일기의 특징 중 하나가 날씨이다. 기본적으로 "맑음", "눈이 내림"과 같은 표현이 많이 등장하고, "비가 내리다 눈으로 변함"과 같이 상대적으로 상세히 기술한 날도 있다. 일자와 날씨만 적은 일기도 제법 많이 보인다. 아무래도 병법에 있어 날씨가 중요 요소인 만큼 향후 참고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빠짐없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배들끼리 서로 부딪혀 상할까 걱정하는 내용도 종종 등장한다.

※ 영화 등에서는 당시 조선의 배가 매우 튼튼하여 충돌에 강한 것으로 묘사되고, 심지어 거북선은 의도적으로 왜선을 충격하어 함몰시키기까지 한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이는 실제 하고는 거리가 있다.

 


 

다른 장수들에 대한 본인의 생각도 적혀있다.

 

원균에 대한 비판이 몇차례나 등장한다. 이순신은 원균을 매우 싫어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의 군인으로서의 능력은 물론 성품에 대하여도 부정적인 내용이 많이 나온다.

 

또 하나 가억나는 사람은 배설이다.

배설은 원균의 지휘하에 치러졌던 칠천량 해전에서 배 12척을 가지고 도주한 사람이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이순신 장군은 이후에 배설의 배 12척을 기반으로 명량해전에서 승리한다.

결론적으로 배설이 배를 온전하게 한 역할은 컸지만, 그의 행실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배를 이순신 장군에게 넘긴 것도 상황상 어쩔 수 없어 그런 것처럼 보이고, 이후에는 탈영을 하기까지 한다. 탈영 당시 배설의 지위는 경상우수사였다.

 


 

그 외에도 몇가지 기억나는 점들이 있다.

 

당사에는 제사가 있는 날에는 공무를 보지 않은 듯하다. 나라의 제사, 부친의 제사 등아 있는 날에는 공무를 보지 않았다는 내용이 상당히 자주 등장한다.

 

활에 능한 민족답게 활쏘기 관련 얘기가 자주 언급된다. 별다른 배경설명 없이 '활을 쏘았다'는 내용도 있고, 다른 장수들과 활쏘기 내기를 했다는 내용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순신 장군께서는 건강이 그다지 좋지 못하셨던 것 같다. 밤에 땀을 많이 흘려 옷이 모두 젖었다는 내용이나 설사병으로 온종일 고생했다는 내용이 자주 나온다... 그런 몸으로 수많은 해전을 승리로 이끌였던 것이다. 완벽하지 못한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업적을 남긴 것이다.

 


 

유성룡의 징비록을 읽은 차에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가 생각나 읽게 된 책이다.

 

징비록이 임진왜란을 큰 관점에서 조망한 책이라면 난중일기는 한 명의 장수가 가진 관점에서 쓰여진 책일 것이다. 징비록을 통해 역사적 지식과 교훈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담백한 일기에서 느껴지는 울림이 더욱 크다. 이러한 느낌이 나만의 경험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노량해전에서 의도적으로 본인을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의견들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선조의 견제 때문이라는 이유가 자주 보이는데, (해당 의견을 온전히 믿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고의로 본인을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것이 맞다고 하여도) 난중일기를 다 읽고 나니 다른 이유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이순신 장군께서는 셋째 아들을 잃었을 때 이미 삶에 대한 미련을 놓아 버리신 것 같다. 마지막 전쟁이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 더 이상 생을 붙잡고 있을 이유를 잃은 게 아닌가 싶다.

 


 

진정으로 위대한 인물이 본인 인생의 마지막 7년을 기록한 책이다. 꼭 읽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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