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요약] 정글만리 - 조정래

태백산맥으로 유명한 조정래의 장편소설.
베이징 올림픽 직후의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
여러 사건들을 통해 등장인물 각자의 입장에서 중국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는 구성이다. 이런 관계로, 소설의 내용보다는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 게 더 나을 듯싶어 주요 인물 소개로 책 리뷰를 대신함.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대광)
한국 종합상사의 중국법인 부장.
중국 세관 간부 샹신원을 꽌시로 두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상사맨이지만 실리만 따지는 인물은 아니며, 의리와 인연을 중시하는 캐릭터.
샹신원의 성형사업을 위해 끌어들인 서하원이 배신을 당하자 애써 그를 챙기고, 포스코의 김현곤 부장이 중요한 수주 건을 실패하고 좌천 당하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중국에 대한 높은 이해를 가지고 있으며,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G1이 될 것이라 예측한다. 소설 마지막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중국에서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
성장하는 중국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캐릭터.
(서하원)
한국에서 성형외과 의사로서 수술로 환자를 숨지게 한 후 가족 부양을 위해 중국 의료 시장에 진입한다.
전대광을 통해 샹신원의 투자를 받아 성형외과를 운영하지만, 샹신원에게 사기를 당하며 중국에서 모았던 모든 재산을 잃게 된다. 하지만 전대광의 소개로 샹신원의 전 배우자 천웨이의 투자를 받아 또 한 번 일어선다.
세상물정 모르는 백면서생이지만 큰 돈을 벌 수 있는 (자신이 환자를 숨지게 했던) 위험한 수술은 두 번 다시 집도하지 않는 뚝심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물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생각됨.
(샹신원)
중국 세관의 고위 간부이자 전대광의 꽌시.
배우자인 천웨이 집안의 배경으로 높은 지위까지 올랐으나, 이후 권력에 취해 7명에 달하는 첩을 들이기까지 한다. 본인의 힘만으로도 정계에서 살아남을 것을 확신해 천웨이와 이혼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모든 재산을 가지고 해외로 도피한다.
중국 정계의 부패한 고위 간부를 풍자하는 인물.
(김현곤)
포스코 중국법인의 부장.
중요 수주 건이 일본 기업의 방해로 실패한 후 중국 서부 지역으로 좌천되지만, 전대광의 지원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다.
중국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위기를 극복하고 끝까지 버티는 샐러리맨의 모습을 보여준다. 안정적인 대기업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전대광과 비교되는 인물.
(송재형)
전대광의 조카.
전대광의 조언과 학구열 높은 부모님의 기대에 따라 북경대 경영학과에 입학했으나, 사학과 학생 리옌링과 사랑에 빠지면서 전과한다.
리옌링의 부친은 중국 개혁개방기에 큰 부를 거머쥔 자로서 이문에는 밝지만 교양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반면 어머니는 남편이 다른 여자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고 지내는 인물이다.
소설 후반부에 송재형과 리옌링은 결혼을 약속하는데, 묘한 구도를 상징하는 듯 싶다.
중국 여자와의 사랑 때문에 사업(경영)이 아닌 역사를 택하는 남자. 양국의 특징을 반영한 부모들과 이들의 후원으로 좋은 교육을 받는 자녀들.
명확히 어떤 그림을 암시하는지 알듯.. 말듯..
(왕링링)
아름다운 외모와 명석한 두뇌를 지닌 여성 사업가.
초중반에는 엄청난 사업을 추진하는 남다른 인물로 그려지다 막판에 고의부도 후 잠적하는 사기꾼으로 변한다.
특정 사건이나 인물을 묘사한 듯싶은데, 아는 바가 없어서...
(도요토미, 이토)
김현곤의 영업을 가로챈 일본 상사맨들.
야비하고 편협하며, 시대에 뒤처지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대놓고 일본을 욕하기 위해 만든 인물들인 듯싶다. 뭐.. 이름부터가 도요토미, 이토니.. 말 다 했음.
소설 속 중국은 눈부신 성장과 함께 그 뒤에 숨어 있는 빈부격차, 부조리, 배금주의와 같은 부정적인 면도 보인다. 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물질적 가치에 집착하는 모습이 속물처럼 보이면서도 실리는 추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요약하면, 마냥 좋지만은 않아도 우리가 꼭 잡아야 할 중국, 옛 영광에 빠져있는 일본,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되겠다.
중국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지만, 약간은 과장스러운 묘사 덕에 '단지 소설일 뿐...'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