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요약] 예술의 힘 - 마르쿠스 가브리엘
※ 본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우리가 예술에서 감동을 받는 것은 작품 그 자체의 의미 때문이 아니라, 작품이 형성하는 '의미장' 속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작품에서 우리가 의미를 느끼는 것은 단순히 청동 덩어리 자체에 있지 않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사고를 유도하는 의미장을 만들고, 우리는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한다.
저자는 예술 작품이 단일한 의미로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고유한 의미장을 형성한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가 이 의미장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선입견과 믿음을 넘어서는 새로운 관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예술 작품은 물질적 요소(재료, 형태)와 비물질적 요소(감각적 경험, 해석)의 결합으로 탄생한다. 그리고 이렇게 탄생한 작품은 단순한 물질 이상의 존재가 되며, 원래의 개별 요소들로 환원될 수 없다. 즉, 예술은 재료, 모양, 아이디어 중 어느 하나로도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가 예술을 해석한다는 것은 단순히 감상을 넘어,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행위 자체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 과정은 예술이 지닌 의미장의 일부가 된다. 따라서 예술은 단순한 대상을 넘어, 우리 스스로를 생각하게 하고 새로운 사고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해석이 없다면, 예술 작품은 그저 물질적 대상으로만 남게 된다.
인간은 모두 개별적 존재이지만, 동시에 인간이라는 보편성을 공유한다. 반면, 예술은 다른 예술과 보편성을 공유하지 않는 급진적 개별자이다.
우리는 다양한 모습과 차이를 지니면서도, 인간이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보편적 규범을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예술은 어떠한 보편적 규범에도 종속되지 않는다. 예술은 도덕, 법, 정치로부터 독립적이며, 스스로 자율적인 존재이다.
이러한 이유로 예술은 특정한 외부적 기준에 의해 평가되지 않는다. 오직 예술 스스로가 판단할 뿐이다. 예술은 인간이 그것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묻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예술에 끌리거나 그러지 않을 뿐이다. 이것이 예술의 자율성이며, 예술의 힘이다.
'해석이 없다면 예술 작품은 물질적 대상에 불과하다'는 것과 '예술은 어떠한 보편적 규범에도 종속되지 않는 자율적 존재이다'라는 개념이 서로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해석은 예술의 필수 구성요소이지만, 해석이 절대적인 규범을 형성하지는 않는다' 정도로 이해된다. 또한, 예술이 도덕, 법, 정치적 규범 등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성이 보장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예술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정한 규범에 종속되지 않는 자유를 갖는 주체가 된다'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전반적으로 어렵고 난해하다. 다만 저자가 신실재론의 대표 철학자이며, 자연주의 철학과 대립하는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다소 수월해 진다.
자연주의는 인간의 의식과 무관하게 실재하는 세계를 인정하지만,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물질적인 것으로 환원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연주의 관점에서는 아름다움과 같은 비물질적인 가치는 독립적인 실재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저자는, 예술의 아름다움이 단순히 작품의 물질적 요소(청동, 나무, 대리석 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의미장을 형성하며 실재한다고 주장한다. 즉, 예술이 물질로만 환원될 수 없음을 논리적으로 증명함으로써 자연주의의 논리에 반박하는 것이다.
위에 적은 리뷰들을 보면 알겠지만, '예술' 그 자체에 대한 책이 아니다.
저자는 본 책이 '에세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철학'으로 분류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혹시라도 도전해 볼 생각이 있다면 이 점을 감안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