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인간 이후의 철학 - 시노하라 마사타케
※ 본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우리 모두가 잘 알듯이, 지구는 인간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지금껏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우리가 환경을 파괴함으로 인해 지구가 고통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지구 자체는 인간의 활동을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자연의 균형을 교란함으로써 변화가 가속되며, 그 변화의 결과가 인류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자연은 인간과 무관하게 존재하지만,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므로 이러한 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일상에 빠져 이러한 사실을 체감하지 못하지만, 지진, 태풍,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해를 겪을 때 비로소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깨닫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인간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세계관은 현실의 극히 일부만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간이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자는 인간이 자연과 분리된 존재이거나 자연을 극복할 수 있다는 관점을 비판한다.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이지만, 동시에 인간이 존재하지 않아도 유지될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다. 즉, 세계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환경이지만, 인간 없이도 온전히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자연을 인간과 분리된 외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야 함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인류가 구축한 인공세계는 자연을 토대로 만들어졌지만, 자연을 초월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인공세계는 자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작은 기후 변화나 자연재해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다. 더욱이 인간이 만든 경제와 산업 구조는 기후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인공세계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인간은 자연을 자원으로 소비하고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시켜 왔지만, 이는 결국 인간 스스로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쯤에서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인간은 세계의 중심이 아니다.
세계는 인류가 없던 시기에도 존재했으며, 인류가 사라진 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거대한 세계 속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를 재고해야 한다.
저자는 바람의 냄새, 눈 내리는 소리, 물의 촉감 등 자연과 직접 연결되는 경험이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넘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방대한 정보를 접하지만,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의 직접적인 접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감각적 체험의 부족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의 단절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는 디지털화된 세계를 잠시 내려놓고, 자연과 다시 연결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하며, 인간 이후에도 지속될 세계를 사유해야 한다. 이는 인간 중심적 척도를 넘어, 세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성찰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인간 이후'란 단순히 인간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세계와 맺는 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를 담고 있다. 인간이 세계를 극복하고 지배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자연의 일부로서 세계와 공존하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결국, 인간 이후의 철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세계와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고, 인간 이후에도 지속될 세계를 고려하는 철학이다.
우리가 경험하지도 않을 미래를 고민한다는 것은, 결국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질문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먼 미래를 성찰하는 과정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삶을 더욱 깊이 있게 사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요컨대, ‘인간 이후의 철학’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넘어, 인간 이후에도 지속될 세계를 고민함으로써,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