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심리학

[책요약] 유비는 왜 그랬을까 1 - 천위안

세발너구리 2025. 5. 2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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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보이는 행적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을 담은 책. 

 

총 2권이나, 남겨둘거리가 많아 우선 1권의 내용을 적는다. 1권은 도원결의부터 시작하여 유비가 조조에게 패한 후 형주의 유표에게 의탁하기로 결심하는 순간까지의 내용이다. 

 


 

후한 말 황건적의 난으로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조정에서는 황건적 소탕을 위한 의병을 모집한다. 이 시기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고 의병을 일으킨다. 

 

유비는 관우, 장비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스스로를 '황실의 후예'라고 소개했다. 물론, 유비의 말 자체가 거짓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후한말에는 발에 채이는 것이 '황실의 후예'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을 유비가 한실의 종친임을 말하고 다닌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가진 것 없던 유비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궁색한 방법이 꽤나 잘 통했다. 바로 '현저성 효과' 때문이다. 

 

현저성 효과란 어떤 집단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소를 선점하면 그 사람이 해당 요소를 독점하고 있다고 인지적 오류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이 전략은 현재에도 마케팅에서 자주 사용한다. 실제로 20세기 초 '고온으로 살균한 맥주병'이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한 맥주 회사의 매출이 크게 증가한 사례가 있다. 물론, 다른 회사들도 모두 고온으로 살균을 했지만, 대중은 이를 선점한 회사가 마치 유일한 것처럼 인식한 것이다. 

 


 

별다른 근거지가 없었던 유비는 서주를 거점으로 얻었지만 여포에 의해 서주를 잃게 되고 조조에게 의탁한다. 이후 조조는 군을 이끌고 서주를 점령한 후 여포를 사로잡는다. 

 

조조는 사람 욕심이 많았고 여포는 당대 최고의 장수였다. 이미 여포를 거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지만 조조는 유비에게 여포의 처리에 대해 의견을 구한다. 한편, 유비에게 여포는 자신에게서 서주를 빼앗은 원수였다. 이에 유비는 이렇게 답한다. 

 

"명공께서는 여포가 지난날 정원과 동탁을 모셨던 일을 잊으셨습니까?"

 

정원과 동탁 모두 여포가 의부로 모셨던 인물들이지만, 둘 다 여포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이 말을 들은 조조는 여포를 죽이라 명한다. 

 

이미 여포를 수하로 들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던 조조를 말 한마디에 돌린 유비의 발언은 '같은 입장 전략'이다. 즉, 조조에게 '여포를 거둔다면 여포의 3번째 희생자는 당신이 될 것이다'라는 암시를 던진 것이다. 

 


 

조조와 사이가 틀어진 후 유비는 조조군에게 패하여 원소에게 의탁한다.

 

당시 원소는 조조보다 더 큰 군세를 가지고 있었지만, 둘 모두를 직접 경험한 유비가 보기에 원소는 조조의 상대가 아니었다.

 

얼마 후 조조가 원소를 공격하자 유비는 원소를 떠날 방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간옹을 지혜를 빌려 '나와 같은 한실 종친인 형주의 유표에게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핑계를 대고 원소에게서 빠져나온다. 

 

이후 간옹이 원소에게 '유비가 이번에 떠나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원소는 간옹의 말을 옳다 여긴다. 이에 간옹이 말을 덧붙이길 '저를 유비와 함께 보내주시면 유표와의 동맹을 돕고, 유비를 감시하겠습니다'라고 간언 한다. 원소는 좋은 계책이라 여겨 간옹을 유비와 함께 보낸다. 

 

간옹은 유비의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꾀를 내어 유비가 원소에게서 떠날 방법을 알려 준 것이다. 그렇다면 이후 간옹이 원소에게 유비를 험담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반대 입장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반대 입장 전략'이란 설득하려는 사람이 실제 원하는 것과 반대되는 것을 말하는 전략이다. 즉, 자신의 말에 보다 큰 객관성과 공정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원소 역시 간옹이 유비의 사람임을 알았기에, 간옹이 유비에게 불리하고 자신에게 이로운 말을 하자 쉽게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간옹은 '반대 입장 전략'을 구사하여 유비와 함께 원소 진영을 무사히 빠져나온다.

 


 

2천 년 전 인물들이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누가 알겠는가.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는 판에 말이다. 즉, 이 책은 역사적 인물들의 심리를 다루는 역사서가 아니라, 잘 알려진 이야기를 통해 심리학을 알려주는 책으로 생각하면 된다.

 

중국의 난세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인 만큼, 심리학에 대한 재미와 이해를 높이기에 적합하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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