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신화, 성경, 문학작품 등에 등장하는 악마를 분석하고, 해당 시대의 악마에 대한 개념을 탐구한 책.
악마라는 개념은 매우 오래전부터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고대에는 "악마"가 독립적 개념을 갖기 보다는 "신"이 '선과 악'의 양면적 모습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고 한다. 다신교의 경우에는 역할이 분담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 역시 선한 면을 보유하고 있거나 선한 신들과 혈육관계 혹은 실질적으로 동일성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이후 유일신을 믿는 유대교, 기독교 등은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절대적인 존재이며 우리를 사랑하는 창조주에게 악한 면이 있다는 것은 선뜻 인정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 보다는 한 단계 아래이지만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존재를 등장시킨다. 바로 대천사의 지위에 있다가 타락하여 악마가 된 존재 "타락 천사"이다. (문헌에 따라 루시퍼와 사탄은 다른 존재이기도 하고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다만 존 밀턴의 "실낙원"에서 둘을 동일한 것으로 표현하면서 '루시퍼 = 사탄'이라는 개념이 널리 자리잡은 듯.)
이렇게 '악마'라는 독립적 존재가 정립되자 마녀재판과 같이 '악마'를 추종하는 행위에 대한 현실적인 응징이 시작된다. 성직자들은 악마의 존재를 강조하면서 자신들의 교리를 강화하고 반대 세력을 압박한다. 하지만 민중은 악마에 대한 두려움을 해학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들은 악마를 바보스럽고 우스꽝스러우며 친근한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책에서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할로윈 축제가 비슷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계몽주의가 등장하면서 악마는 다시 한번 다른 존재로 인식된다. 바로 "절대자 혹은 폭군"에 맞서 싸운 "저항의 상징"이 된 것이다. 특히 낭만주의 사조는 악마 혹은 사탄을 절대자에 대항하다 실패하여 지위가 추락한 "슬픈 존재"로 받아들이기까지 하는데, 19세기에는 퇴폐주의와 맞물려 '사탄숭배'로까지 발전한다.
이후 과학의 시대인 20세기가 도래하면서 악마의 개념은 다시 한번 변화한다. 문학작품과 심리학 등에서는 악마를 폭력적, 충동적, 이기적, 퇴폐적인 부정적 성향의 집합체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한편, 저자는 세계대전과 같은 반인류적인 사건 역시 "악"의 한 유형으로 본다. 대량학살, 핵무기 등과 같은 것이 현대적 의미의 '악마'라는 것. 또한 개인이 일으키는 잔혹한 범죄 역의 '악'의 한 형태가 발현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오로지 사랑만이 악을 이겨낼 수 있다"는 나름의 해법도 제시한다.
시대별로 변화하는 악마의 이미지를 집대성한 책이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에서 그려지는 악마의 차이, 각 시대의 문학 (단테 신곡, 괴테 파우스트, 도스토옙스키의 악령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에 나타나는 악마의 이미지 변화 등이 시대순으로 상세히 나열되어 있다.
대학생때 제목과 표지만 보고 덜컥 샀었는데.. 조금 읽다가 고이 묻어 두었었다. 흥미 혹은 교양서로 읽기에는 다소 난이도가 높다. 또한, 대부분이 기독교 관련 내용이라는 것에 약간의 불만족감도 있다.
종교를 전공하는 사람이나 '악마'에 대한 학술적인 개념이 필요한 사람 정도에게만 추천 가능할까...?
꽤나 힘들게 완독한 책.
(뱀다리: 엑소시즘은 사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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