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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법학, 사회학

[책요약] 죄 없는 죄인 만들기 - 마크 갓시

by 세발너구리 2023.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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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에 있어 무고하게 유죄를 선고받은 사례를 다루고,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심리적, 사회적, 제도적 이유와 저자의 의견을 적은 책.

 

저자는 미국의 이노센스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에 참여하고 있는 검사 출신 변호사이다.

 



과학과 수사기법의 엄청난 발전에도 불구하고 형사재판에서는 무고한 이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8차 화성연쇄살인사건', '약촌 오거리 사건' 등을 들 수 있다. 그나마 다행히 앞의 사건들은 본인의 무고함을 밝혀냈지만, 본인이 죄가 없음을 밝혀내지 못한 채 묻힌 사건도 다수 있을 것이다.

 

본 책은 미국에서 '죄 없는 죄인'의 결백함을 밝히기 위해 활동하는 현직 변호사가 실제로 결백이 입증된 사건들을 중심으로 '죄 없는 죄인'이 발생하는 형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수사상의 중대한 오류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정리해 본다.


(과학수사의 오류)

 

과학수사는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같이 완벽하지도 않고 객관적이지도 않다.

 

현장에서 발견된 희미하고 뭉그러진 지문과 흰 종이 위에 꾹~ 눌러 찍은 지문의 동일성을 밝힌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수사기관에서 과학수사를 의뢰할 때 '이 지문이 피고인의 지문과 같은지 확인해 주세요'와 같은 식의 말을 전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증거를 검사하는 사람에게는 '눈앞의 지문 = 피고인의 범죄를 밝힐 중요한 증거'라는 식의 선입견이 생기고, 증거판별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확증편향)

 

검찰, 경찰, 판사 역시 사람이므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확증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심정적으로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확신이 생긴다면, 그들은 눈앞의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증거에는 집중하지만 결백을 밝힐 수도 있는 증거들은 외면하는 경우가 있다.

 

확증편향이 심해질 때에는 DNA 검사결과까지 외면한다고 하니, 여러 문제들 중 가장 치명적인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여론의 방향)

 

미국의 많은 주에서 검사장과 판사를 선거로 선출한다. 민주적인 절차이긴 하지만 문제는, 유권자들이 기본적으로 범죄인에 대하여 엄격하다는 것.

 

따라서 잔인한 범죄 등과 같이 여론의 주목을 받는 사건에서 사법기관은 여론의 영향을 받아 객관성을 놓칠 여지가 있다.

 

(기억의 오류)

 

인간의 기억은 사진이나 비디오처럼 완벽하게 보존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가공, 편집된다.

 

실제로, 많은 증인들이 수사과정에서 말(기억)을 바꾸거나, 언론에 노출된 용의자의 얼굴을 보고 목격 당시의 범죄자에 대한 기억을 수정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과거에 대한 많은 기억들이 3인칭으로 떠오른다는 점에 비추어 상당히 공감했던 내용이다.

 

(국선 변호인의 문제)

 

형사 사건 변호에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에 비하여 국선 변호인의 보수는 너무 적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필요한 정도로 노력을 투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형량거래(Plea Bargain)가 제도화되어 있기에 무죄를 다투기보다는 좀 더 낮은 형량에 조속히 사건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허위 자백)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

 

실제로 수사 과정에서 (죄가 없으면서도) 본인의 죄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고문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듯한데, 수사과정에서 고문이 없어진 이후에도 발생하는 사례이다.

 

쉽게 말해 수사기관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

그럴까 싶다가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형사법의 대원칙 중에 '10명의 범인의 놓치더라도 1명의 무고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 있다.

 

참 중요한 법언이지만 실상은 그리 쉽지 않다.

 

아마도, '내가 무고한 1명이 될 가능성보다 억울한 1명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불안감 등이 작용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사기법도 점점 정교해지고 '죄 없는 죄인'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조금씩, 천천히 계속 나아가다보면 언젠가는 억울한 사람이 나타나는 않는 환경이 구축되지는 않을까 살짝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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