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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법학, 사회학

[책리뷰] 법에 그런 게 있었어요? - 강병철

by 세발너구리 2022. 9. 22.

철학 관련 책을 읽다 이해력의 한계를 느껴 자학하던 중 자신감 회복을 위해 급하게 읽게 된 책. 형사법 관련 내용만을 다루고 있는 법률교양서적이다.

 

통상 법률교양서는 변호사나 대학 교수들이 펴내고, 드물게 현직 판검사가 쓰는데 이 책은 현직 검찰 수사관이 저자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비전공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체로 쓰여있다.

 

저자의 직업 덕분인지 중립적이지 않은 의견이나 전개가 이곳 저곳에서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들이 많다.

 

한편, 최근 검수완박으로 인한 개정이 반영되진 않았는데 어떠한 행위가 법을 위반하는지 이해하는 데는 문제 되지 않을 듯.

 

책은 간단한 사례를 활용하여 폭행, 상해, 사기, 모욕죄 등 일반적인 범죄(1장)부터 시작하여 자동차관리법과 같은 특별법(2장)까지 폭넓게 다룬다. 특히 3장에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는 도로교통법과 4장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실생활에서 매우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민사사건보다 우리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요상하게 잘못된 상식들이 난무한다.

 

안경 쓴 사람을 때리면 살인미수다... (안경 썼다고 특별히 보호해 주진 않는다)

유단자가 때리면 살인미수다... (장풍을 쐈다면 그럴 수도;;;;)

먼저 맞고 때리면 정당방위이다... (단순히 먼저 맞았다는 사실만으로 정당방위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대략 이런 것들인데.. 위의 사항들은 징역이나 벌금의 다과를 고려하거나, 고의/(중)과실을 판단하는 등의 요소는 되어도 절대적인 내용은 아니다.  즉, '유단자가 사람을 폭행하면 살인 미수로 본다'와 같은 조항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패턴이 하나 발견된다. 대부분의 이러한 상식들은 내가 '피해자'인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모두 잠재적 피해자인 것은 맞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모두는 잠재적 범죄자이기도 하다. 그냥 그냥 넘어가서 그렇지 우리는 이미 꽤 많은 죄를 짓고 살고 있다. 손괴, 절도, 폭행, 상해, 협박, 모욕, 명예훼손, 낙태... 등등 행위와 결과 만을 본다면 이 세상은 범죄자 천국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

 

요컨대... 내가 전과가 없다고 해서 내가 깨끗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고, 지금까지 괜찮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알 필요가 있다. 뭐가 죄이고 뭐가 죄가 아닌지 말이다. 최소한 뭐라도 알아야 조심을 하던가 서둘러 합의를 보던가 할 것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다소 균형을 유지하지 않은 시각을 보이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본 책을 일독하길 권하고 싶다. 또 모르지 않나. 내 인생을 큰 위기에서 구해줄 수 있는 지식 하나 얻어갈지 말이다.

 


 

잠시 사족...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영화를 보면 형사들이 용의자 이름을 부른 다음에 힘들게 쫓아가 잡는 장면이 많은데, 무슨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냥, 내 추측으로는 현행범 규정 때문이 아닌가 싶다.

 

현행범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데, 형사소송법에는 '누구냐고 묻자 도망하려고 할 때'에는 현행범으로 취급하여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형사소송법 제211조 제2항 제4호, 동 법 제212조).

 

즉, 형사가 '너, ㅇㅇㅇ지?' 하고 물을 때 냅따 도망가면 현행범 취급을 당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죄가 없다면) 밤 길을 가다가 경찰이 부르면 그냥 물끄러미 서서 바라보자. 괜히 도망가다가 은팔찌 차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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