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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법학, 사회학

[책리뷰]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 - 허승

by 세발너구리 2022. 9. 5.

현직 판사가 쓴 법률 교양서.

최근 읽어 본 법률 교양서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고교생을 위해 연재한 글을 모은 후 성인 독자를 고려하여 일부 수정 후 출판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난이도 역시 높지 않아 비전공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싶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의 전공분야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하여 고교 수준의 지식에 머물러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교양서로써의 역할에 충실한 듯.

 


 

책은 '사례 소개 → 법정 내 당사자 간의 갑론을박 → 관련 이론, 국내외 사례, 법원의 입장 소개 → (각 장의 마지막에) 영화 속 사례'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이 출간(20년 4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덕분에 최신 법령과 학설, 판례가 잘 반영되어 있고, 특정 주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균형 있게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저자의 의견은 최대한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이념적 색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돋보인다. (아마도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판사라는 직업 때문에 그런 듯)

 

한편, 책은 최저임금, 개인정보 침해, 동성혼, 난민 입국, 일조권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들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데, 해당 문제들에 대하여 결론을 내리지 않고 마무리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법학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회학이 정답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시 괜찮은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 참고로, 민/형사 관련 문제는 저자의 또 다른 책 '사회, 법정에 서다'에서 다루고 있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읽어봐도 좋을 듯

 


 

책에서도 소개되는 Roe v. Wade 사건처럼, 법 해석이라는 것은 당시의 시대상, 개인의 경험 등에 의해 크게 좌우되며, 인생 여정의 중간에서 여러 차례 변경되기도 한다.

 

※ Roe v. Wade 사건

1970년대 당시 미국에서 금지되던 낙태에 대하여 위헌 판결을 내린 역사적 사건이다.

제소인이었던 Roe(실명은 '노마 맥코비'. 참고로 'Roe'는 'Jane Doe'의 'Doe'와 같이 '아무개' 정도 되는 뜻이다)는 젊은 나이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하였는데, 강간을 당하여 임신하였다는 이유로 낙태를 수술을 시도하였다, 당시 '산모의 건강상 이유'를 제외한 낙태를 허용하지 않던 텍사스 주법에 따라 낙태수술을 거부받게 된다.

이후 Roe는 위헌소송을 제기하여 연방대법원에서 찬성 7 vs 반대 2의 결과로 낙태가 '사생활의 권리'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시간이 흐른 후 Roe는 낙태 반대 운동을 펼치며 '강간에 의한 임신'도 낙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사족 1)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맞다면, 사실 Roe는 강간으로 임신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사족 2) 재판 진행 당시 Roe가 임신했던 아이는 재판 진행 중 출산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결정한다거나 어떠한 입장을 견지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본 책은 법적 지식을 축적하는 것에 더하여 객관적 시각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훑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일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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