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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법학, 사회학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by 세발너구리 2022. 9. 2.

참 비극적이다. 어딘가에서는 식량이 남아돌아 돈을 써가며 식량을 폐기하는데, 어딘가에서는 굶어 죽는다는 사실이 말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스위스의 사회학자 '장 지글러'가 아들과 대화하는 형식을 빌려 이런 비극과 이에 대한 원인 등을 분석한 책이다.

 


 

 

왜 누군가는 굶주리는가? 먹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왜 식량이 부족할까? 저자는 그 이유를 2가지로 분류한다.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이다.

 

'경제적 기아'는 가뭄, 홍수, 지진 등의 사건으로 발생하는 기아를 말하며, '구조적 기아'는 사회, 정치 체제 등의 문제로 인하여 오랜 기간 동안 식량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경제적 기아'라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나 싶다.

 

선진국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했다고 해 보자.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발 빠르게 인명을 구조하고, 피해를 복구한다. 이재민들은 당연히 힘들고 막막하겠지만, 그렇다고 기아에 시달리거나 상처를 치료하지 못해 죽음에 이르거나 하는 경우는 매우 적을 것이다. 일본 쓰나미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듯싶다.

 

하지만 빈민국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정말 간신히 끼니를 유지하던 것도 더 이상 불가능하다. 국가 차원에서도 뭔가 눈에 띄는 대책을 실행하지 않는다. 전 세계적인 구호활동에 의지할 수 있겠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급한 불을 끄는 것이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다. 아이티 지진 등이 이런 유형일 듯싶다.

 

즉 구조적인 문제 자체가 없거나 적은 사회에서는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경제적 기아'가 발생할 여지가 매우 적어 보인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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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든 문제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귀결된다.

 

사회구조적 문제를 요약하자면, 경제적 · 정치적 이데올로기 혹은 권력다툼으로 인하여 정작 해당 사회를 지탱하는 이들이 굶주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제적 이유라는 게 뭔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냥 가진 자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굶주림의 비극을 내버려 두는 것일 뿐.

 

이윤 극대화를 위해 곡물 가격을 조작하고, 때로는 정치적인 개입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답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 이념이라는 것도.. 말이 좋아 이념이지 결국에는 권력욕이다. 솔직히 인류 역사상 자신의 이념을 위해 권력을 포기한 사람이 몇이나 되나? 앞에서는 이념으로 치장하고 뒤로는 권력을 탐하는 것이 어찌 보면 세상살이의 정석 아닌가?

 

단편적인 예를 들어보자.

 

A국은 B국에 코코아를 팔아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A의 국가 수장은 수출 극대화를 위해 전 국토의 80% 이상은 무조건 코코아를 재배하게 법을 제정한다.

문제는 수출을 통한 모든 이익이 A국의 특권층에게만 돌아간다는 것.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굶주린다.
이에 분노한 A국의 갑돌이가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다. 국가 수익을 분배하고, 자급자족을 위해 코코아 경작지를 곡물 경작지로 대체한다.

B는 슬슬 열받기 시작한다. 싼 값에 코코아를 먹을 수 있었는데, 갑돌이가 국민들 먹여 살려야 한다고 코코아 수출량을 줄이고 가격을 올리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B국에서는 갑돌이의 정적 을돌이에게 군사 자금을 보내준다. 을돌이는 이를 바탕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갑돌이를 축출한 후 다시 코코아에 집중한다. 쿠데타 사유는... 뭐 아무거나 하나 만들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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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예가 좀 과하다 싶지만.. 책에서는 이에 대한 실례를 소개한다. 이름도 생소한 '부르키나파소'라는 나라의 '상카라'라는 인물이다. 자국의 자립과 자급자족을 목표로, 대중의 지지에 기반한 쿠데타로 집권한 '상카라'는 무려 4년이라는 짧은 기간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싫었던 서방세계의 후원을 받은 반대세력의 쿠데타로 실각 후 사망하게 된다.

 

슬픈 결말이지만 희망도 볼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개인적으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요소는 '측은지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인간답다'는 경제적으로 부유하며 지배층에 속해 있는 것이라 해석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가끔씩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며 살아보자. 그들에 비하면 나는 충분히 풍요롭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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