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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법학, 사회학

대량살상 수학무기 - 캐시 오닐

by 세발너구리 2022. 9. 2.

제목이 참 좋다. "대량살상 수학무기".
 
수학이 이미 대한민국의 수많은 수험생들을 살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또 살상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읽기 시작함.
 


 
저자 "캐시 오닐"은 수학박사 출신으로 대학에서 잠시 교수로 재직하였으나, 수학을 현실세계에 직접 대입해 보고 싶은 욕심에 월스트리트에 몸을 담게 된다.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던 중 저자는 수학, 데이터 등과 같이 '객관적'이고 '솔직'하다고 믿고 있던 것들이 실제로는 경제 불평등을 유발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전파하고자 책을 썼으니... 그 책이 바로 "대량살상 수학무기"인 것.
 
내용이 그렇게 새롭지는 않다. 이미 우리가 느끼고 있는 "숫자"에서 비롯된 불합리를 수학 전문가가 실제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단지 세상의 절반이 굶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과, 실제로 그들의 삶을 담은 책을 읽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과 같이, 이 책 역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신선한 충격으로 다시 한번 소개해 준다.
 


 
내 멋대로 스토리를 만들어 책의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
 

취업을 위해 서울에 상경한 A가 첫 거주지로 삼은 지역은 알코올 중독자가 많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다른 곳에서 살고 싶지만, 타 지역은 집 값이 높아 어쩔 수 없다.

        (광고 알고리즘의 불합리성) A의 거주지역이 주류 판매량이 높은 관계로 A의 집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면 항상 술과 관련된 광고가 노출된다.

        (채용 알고리즘의 불합리성) 또 인근 상업 지구의 회사에서는 A의 거주지역 사람들은 성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채용을 기피한다.

        (금융 알고리즘의 불합리성) 게다가 은행에서는 A의 거주지역이 대출금 연체율이 높다는 이유로 높은 금리로만 대출이 실행하기에, 대출을 받아 다른 곳으로 이사 가기도 쉽지 않다.

A는 생각한다. '더러운 세상. 술이나 먹자'. A는 인터넷 광고에 노출된 술집으로 가서 술을 마신다. 결국 A도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

 
....
 
대략 짐작했겠지만, 어떠한 항목에서 점수가 낮다는 것은 연쇄적으로 다른 항목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연쇄작용 덕분에 상황은 더욱더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문제는 이렇다.
어떠한 항목에 안 좋은 점수를 부여한 것은 대부분 인간의 편견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편견에서 비롯된 감점 요인들은 계속해서 대상자의 상황을 안 좋게 하고 결국에는 (마치 의도한 것처럼) 그 사람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게 된다.
 
-

한편, '대리 데이터'라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리 데이터'는 한마디로 현실을 직접 반영하기 힘들 경우 다른 정보로 해당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위의 예에서는 A가 알코올 중독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가 살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A를 평가한다. 이때 '지역'이 바로 대리 데이터인 것이다.
 
'대리 데이터'는 수많은 검증과 자료 수집 절차를 줄여주게 되어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현실을 왜곡하는 주된 요인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경제, 정치, 법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항상 충돌하는 것들이 있다면 '효율 vs 형평'인 것 같다. '효율'을 강조하다 보면 불합리가 발생하고, '형평'을 강조하다보면 일처리 효율이 극도로 떨어진다.
 
뭐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 많은 영역에서 '효율'만을 강조하고 있는 듯싶기에 분명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효율을 위해 어떤 항목을 수치화하여 알고리즘을 만들면 (위의 예와 같이) 실제 현실도 그 모형처럼 움직이게 되고, 그 결과는 확증편향의 강화로 이어지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마치... 흉폭한 알코올 중독자에게 술을 주면 조용해진다고 해서 그에게 술을 주고.. 중독자가 술을 먹으니.. '역시 너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듯)

 
암튼, 책 전반에서는 금융, 군대, 학교, 범죄, 채용 등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수학과 데이터에서 비롯된 불합리를 소개해 주고 있다. 또한 '대리 데이터' 외에도 '피드백의 불균형', '수리모형은 수정' 등 수학과 데이터 분석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수학, 데이터 분석 및 이들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있다면 필독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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