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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역사

[책리뷰] 사기열전 - 사마천 (홍문숙, 박은교 평역)

by 세발너구리 2023.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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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사기 중 열전 편을 4가지 키워드로 분류하여 발췌/재구성한 책.
원문을 그대로 번역했는지 굉장히 딱딱한 문체로 구성되어 있다. 쉽게 읽히지 않는 책.

 


 


재구성된 4가지 키워드는 아래와 같다. 각 장에 나온 모든 인물을 소개하기는 어려우니 대표적인 인물들 한 명씩을 선정한 후 키워드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해 본다.

 

참고로, 인물 소개 내용은 책 내용 +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을 조합해서 작성했다.


 

①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 선정 인물 '백이, 숙제'

 

백이와 숙제는 고죽국 군주의 첫째와 셋째이다.

 

그들의 아버지는 셋째인 숙제로 하여금 나라를 잇게 하려 하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숙제는 장남인 백이가 나라를 잇는 것이 마땅하다 여겨 백이에게 왕위를 양보한다. 한편, 백이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 위해 다른 나라로 도망가고, 숙제 역시 형을 따라 나라를 떠난다. 이에 따라 고죽국은 결국 차남을 왕으로 세운다(될 놈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이후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의 무왕이 부친의 상중에 은나라를 정벌하려 하자, '아버지 상중에 전쟁을 하는 것과 신하의 나라인 주나라가 군주의 나라인 은나라를 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말하며 무왕을 막아보려 한다. 하지만, 결국 은나라는 주나라에 의해 멸망한다.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의 백성이 되는 것이 수치스럽다 하여 수양산에 숨은 후 고사리만 캐 먹고 지내다 결국 굶어 죽게 된다(책에 따라 '고사리 역시 주나라의 땅에서 나온다'라는 말을 듣고 그냥 굶어 죽었다는 내용도 있다).


 

② 세상을 움직이는 권력의 힘: 선정 인물 '여불위'

 

여불위는 본래 상인이었으나 우연히 진나라의 서자출신 왕족 이인을 만난 후 그를 후원하는 한편,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던 애첩 조희를 이인에게 바쳐가며 믿음을 산다. 이후 여불위의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여 이인을 진나라 왕으로 만들고 본인은 진나라 권력의 핵심으로 성장한다.

 

이인은 왕위에 오른 후 3년 만에 죽고, 그 뒤를 이어 조희에게서 출생한 이가 왕위에 오르는데... 이 자가 훗날 중국을 최초로 통일하는 진시황이다(진시황의 친부가 여불위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내가 직접 봤던 책 등에서는 예외 없이 여불위가 친부인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원래 이런 스토리는 시대를 불문하고 통한다는...😏).

 

조희는 원래 여불위의 첩이었기에 태후가 된 이후에도 여불위와 자주 만남을 가졌었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여불위가 남성미 넘치는 '노애'라는 남자를 환관으로 위장하여 조희에게 보낸다. 조희는 노애를 매우 총애(?)하여 둘 사이에 2명의 아이가 태어나게 된다.

 

남성미 넘치는 노애는 자신의 아이를 진나라 왕으로 세우기 위해 반란을 도모한다. 그렇지만 사전에 진시황에게 발각되어 살해 당하고, 조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모두 사형을 당하게 된다.

 

여불위가 계속 눈에 거슬렸던 진시황은 여불위가 노애를 궁에 들였다는 이유로 그의 지위를 박탈한 후 지방으로 쫓아낸 후에 '네가 우리 아버지 왕으로 만든 것 말고 한 게 뭐냐?'는 편지를 보낸다. 여불위는 이 편지를 받아본 후 자신의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하며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③ 사람을 알아보는 눈: 선정 인물 '맹상군'

 

맹상군은 제나라 왕족의 서자로 5월 5일에 태어났다. 중국에는 5월 5일에 태어난 아이가 문의 기둥만큼 자라면 아버지를 죽인다는 속설이 있었기에, 그의 아버지는 맹상군을 버리려 하였다. 하지만 그의 모친이 몰래 맹상군을 숨겨 키우게 된다.

 

이후 장성하여 아버지를 찾아 온 맹상군에게 아버지가 호통을 치자, '사람의 운명은 문기둥이 아니라 하늘에서 받은 것인데 무엇을 걱정하는가. 정 걱정되면 문 기둥을 높여라'는 답변을 하여 아버지로부터 지혜로움을 인정받게 된다.

 

맹상군은 많은 식객들을 잘 대접하는 것으로 유명하였는데, 그의 식객들 중에는 개🐶소리를 잘 내는 자, 닭🐔소리를 잘 내는 자, 문서 위조에 능한 자와 같이 다른 이들이 천하게 생각하는 잡기에만 뛰어난 인물들도 있었다.

 

어느 날 맹상군은 진나라를 방문하였다. 진나라 왕은 평소에 맹상군을 흠모하여 그를 등용하려 하였으나 신하들의 반대를 이기지 못해 등용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를 가둔다. 이때 맹상군과 같이 진나라를 방문했던 식객들이 진나라 왕의 애첩에게 맹상군을 구해달라 요청하니, 그녀가 말하길 "진나라 왕이 가지고 있는 '여우 겨드랑이 털로 만든 옷'을 내게 가져와 달라"라고 한다. 이때, 맹상군의 식객 중 개 소리를 잘 내는 자가 개 흉내를 내며 왕궁에 숨어들어 옷을 훔쳐와 애첩에게 진상하여 맹상군을 구한다.

 

맹상군 일행은 통관문서를 위조하여 궁을 벗어나 함곡관에 다다른다. 하지만 함곡관은 첫 닭이 울어야 문을 여는 터라 오도 가도 못한 처지가 되었다. 그때 그의 식객 중 닭 울음을 잘 내는 자가 닭 소리를 내자 동네의 모든 닭이 따라 울기 시작했고, 이에 깜박 속은 문지기가 문을 열어 무사히 진나라를 탈출하게 된다(이상의 내용이 그 유명한 사자성어 '계명구도'가 되겠다).

 

아무튼... 맹상군은 사후에도 전국사군자로 추앙받으며 그의 사람 보는 안목이 널리 알려진다.


 

④ 굴욕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선정 인물 '회음후 한신'

 

한신은 가난한 삶을 살면서도 큰 칼을 차고 도도한 모습을 유지했다(책에 따라 한나라 왕의 후손이라는 설명도 있다).

 

그는 밥벌이도 못하여 지인에게 밥을 얻어먹고 다녔는데, 그의 아내는 한신을 몹시 싫어하였기에 한신이 오기 전인 이른 새벽에 밥을 먹고 한신에게 밥을 주지 않았다. 이에 마음 상한 한신은 지인과 절교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어느 날은 빨래하던 아낙이 한신에게 한 동안 밥을 주었다. 이에 한신이 '훗날 꼭 은혜를 갚겠다'고 말하자 그 아낙이 화를 내며 말하길 '사지 멀쩡한 놈이 굶기에 불쌍해서 준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 어느 날은, 한신이 큰 칼을 차고 다니는 것을 본 건달 한 명이 '네가 용기가 있다면 그 칼로 나를 찌르고, 그렇지 않다면 나의 다리 사이를 기어서 지나가라'라고 말했다. 한신은 무릎을 꿇고 그 남자의 다리 사이를 지나갔다.

 

이후 그는 초나라 항우에게 의탁하였으나 항우는 그를 크게 쓰지 않았다. 이에 다시 한 번 마음 상한 한신은 한나라 유방에게로 가서 말단 관직을 얻는다.

 

한나라에서도 인정받지 못해 또 한번 마음 상한 한신은 한나라를 떠난다. 하지만 평시에 그의 비범함을 알고 있던 중국 최고의 명재상 소하가 그를 다시 데려와 유방에게 '한신을 대장군으로 쓰라'고 말한다. 이로써 한신은 (낙하산으로;;) 대장군의 자리에 오른다.

 

대장군에 오른 한신은 군대 운용에 천재적인 모습을 보이며 한나라의 천하통일에 크게 일조한다. 그리고 한나라의 제후국 군주가 되어 그에게 밥을 주고 모욕을 주었던 이들에게 큰 상을 내린다(건달에게 상을 준 이유는 '꼭 성공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키워줬기 때문이라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후 한고조 유방과 여태후의 견제 속에서 제후의 지위를 잃고 모반을 계획하다 여태후에게 발각되어 죽음을 당하게 된다(실제 그가 모반을 계획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사기열전'과 관련된 다양한 책을 읽어 봤지만... 그중에서 가장 재미없게 쓰인 책이다;; 다만, 각색이 거의 없어 원본에 가까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혹시라도 원본에 가까운 사기열전을 읽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추천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사기열전 중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 '자객열전'이 빠져 있어 아쉬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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