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에 대하여 유성룡이 기록한 수기.
임진왜란 전, 중, 후의 정세를 포괄적으로 기록했다. 정치와 전쟁상황에 더불어 백성들의 고통 역시 잘 담겨 있다.
임진왜란의 뼈아픈 경험을 기록하고 후세에 전달함으로써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염원하며 적은 책이라고 하지만...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병자호란이...
옮김이의 실력이 탁월한 듯싶다. 딱딱한 듯하면서도 쉽게 읽힌다.
책 구성 역시 좋다. 참고할 내용들을 각주로 처리하여 읽기에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다만, 일본 장수들의 이름이 한자 그대로 번역되어 있다. 예를 들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평수길(=풍신수길)로 번역.
징비록은 총 3개의 판본이 있다고 한다. 유성룡이 직접 저술한 초본, 후에 초본에 다른 내용을 추가하거나 일부를 제외한 간행본 두 종류(16권본, 2권본)가 그것이다.
본 책은 초본에 있는 내용만 번역했다고 한다.
한글로 옮긴 글과 원문이 동시에 실려 있다. 한자를 잘 아는 분이라면 원문에 도전해 볼 수도 있을 듯.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성룡이 징비록을 저술한 목적은 '스스로가 경계하자'는 취지가 강하다. 따라서, 일본군의 만행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당시 조선군의 나약함을 지적하고 한탄하는 내용의 비중이 상당히 많다.
책의 내용이야 워낙 유명하니, 특별히 기억나는 두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책리뷰를 대신함.
신립이 험준한 조령을 버리고 기병 활용을 위해 탄금대 부근을 전장으로 삼은 것과 관련
문경 남쪽 10여리 밖에는 옛 성인 고모성이 있다. 이 성은 (...) 몹시 험준한 곳이었다.
원래 적들은 이곳을 지키는 군사가 있을까 두려워해서 사람을 놓아 재삼 와서 탐지했다. 그러나 아무도 없음을 알자 좋아라고 노래를 부르면서 지나갔다는 것이다. 그 뒤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왜적을 쫓아 조령을 지나다가 이렇게 탄식했다.
"이런 험한 곳을 두고도 지킬 줄을 몰랐으니, 신 총병(신립)도 무모한 사람이로군!"
원래 신립은 날쌘 사람으로 당시에 비록 이름은 있었지만 싸우는 주략에는 능하지 못했다. (...) 지금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다만 뒷날을 위해서 경계해야 할 것이기로, 여기에 덧붙여 써 둘 따름이다.
2차 진주성 전투와 관련된 내용 일부를 옮김.
내가 안주에 있을 때 경상우감사인 친구 김사순이 나에게 글을 보내왔다.
"진주에서 성을 고쳐 가지고 끝까지 지킬 계획입니다."
(...) 나는 김사순에게 답장했다.
"적이 조만간에 반드시 올 것이오. 만일 온다면 많은 군사가 올 것이니 (...) 마땅히 포루를 세우고 기다려야만 걱정이 없을 것이오."
계사년 6월에 나는 적이 다시 진주를 공격한다는 말을 듣고 종사관 신경진에게 말했다.
"진주가 몹시 위급한데 다행히 포루가 있으면 지탱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지키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윽고 합천으로 내려갔더니 진주가 함락되었다는 말이 들렸다.
단성 현감 조종도 역시 김사순의 친구였다. 그가 그 뒤에 나에게 글을 보내왔다.
"지난해에 김사순과 진주에 같이 있을 때, 김사순은 공의 편지를 보고서 (...) 포루를 여덟 곳에 설치했습니다. (... 그러자) 모든 고을 백성들이 역사를 하기 싫어서 전에는 포루 없이도 적을 막았는데 지금 왜 이렇게 사람을 들볶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사순은 듣지 않(고 공사를 하려 하였으나...) 마침 병이 나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일이 중지되었습니다."
이 글을 보면서 우리는 서로 탄식하였다. (...) 그러나 이것도 역시 운수라,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책을 보면서 계속 느낀 것은, 당시 조선에는 상당히 유능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다만, 상황이 여의치 않고 조정의 지원이 미약했던 점이 매우 아쉽다. 만약 평화 시에도 철저히 준비했고, 적재적소에 적합한 인재를 기용했다면 감히 다른 나라가 조선을 침범하기는 쉽지 않았을 듯. 매우 슬픈 역사의 한편이지만, 조선 역시 문약하다고만 평가하기에는 야수(웅녀??)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 등을 돌아보면 역시나 위험에 미리 준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우리는 잘 하고 있는지...
'내가 읽은 책 >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요약] 빅히스토리 - 데이비드 크리스천, 신시아 브라운, 크레이그 벤저민 (1) | 2024.03.30 |
---|---|
[책리뷰] 광해군 - 한명기 (1) | 2024.03.24 |
[책리뷰] 사기열전 - 사마천 (홍문숙, 박은교 평역) (2) | 2023.11.30 |
[책요약] 고구려와 수·당 70년 전쟁 - 임기환 (2) | 2023.11.24 |
[책요약] 후흑학 - 신동준 (이종오) (6) | 2023.11.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