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및 현대의학과 관련된 사회적 편견과 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은 책. 면역에 대한 시대적, 사회적 역사와 논쟁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책이 출간되었던 2014년 미국에서는 홍역 예방접종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1998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논문은 실험군도 적었고 엄밀한 검증 없이 작성되었기에, 논문의 저자조차도 수년 후에 본인의 논문을 폐기했었다.
하지만, 위의 논문은 대중들의 마음 한켠에 있던 백신에 대한 공포를 전면에 드러나게 했다. 대중들은 논문의 객관성 여부와 무관하게 현대의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거침없이 표출하기 시작한다.
본 책의 작가는 상기한 미국의 상황에서 백신 등 현대의학을 옹호하는 글을 펴냈다. 비의료인들이 접근하기 쉽게 에세이 혹은 칼럼의 형식을 빌어 부드러운 문체로 의견을 개진한다. (참고로, 작가 역시 의료인이 아니다. 다만 의사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의학 자체가 낯선 영역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출산 과정에서 수혈 받으면서 느꼈던 거부감,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경험했던 백신 등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책 내용 중 흥미로운 부분 하나는 개인의 백신 접종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다.
개인적으로, 필수적인 몇 가지 예방 접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접종은 개인의 선택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독감을 예로 들면 '예방접종은 귀찮으니, 확률에 맡기겠다. 혹시 독감에 걸려도 며칠 고생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방역의 구멍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단지 방역에 구멍이 생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적 압박이 심하지 않고, 평상시 영양 상태가 양호했던 사람들은 독감에 걸린 후에 병원에 가면 된다. 약 먹고 하루 이틀 쉬면 금방 낫는다. 아픈 동안 연차를 낸다고 해도 문제 되는 경우는 적다.
하지만, 경제적 약자들에게는 다른 이야기다.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하루의 끼니를 대신하는 비용일 수도 있다. 독감에 걸려 고열과 몸살로 고생해도 일을 쉬기는 어렵다. 오늘 쉬면 내일 굶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람들이 최대한 예방 접종을 함으로써 집단 면역이 신속하게 완성된다면,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계층들에게도 그 효과가 미친다는 것이다.
한편 저자는, 백신 접종이 가능한 환경에 있지만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집단 면역에 의지하면서도 이에 대해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한다.
나 역시 이와 같은 부류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반박하기 어려운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사회에서 용인하는 한계를 위험하게 넘나드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과속이나 난폭운전 등을 실례로 들 수 있겠다.
문제는, 누군가 과속을 하고 신호를 위반해도 그 사람이 무사할 수 있는 이유가 '다른 이들의 규정 준수'에 있다는 점이다. 즉, 규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호해 주는 것이 바로 규정이라는 묘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지만, 책을 읽은 후에는 좀 더 새롭게 느껴진다.
딱히 재미있게 읽은 책은 아니지만, 기억해야 할 내용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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