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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수필, 에세이

[책리뷰] 블랙 라이크 미 - 존 하워드 그리핀

by 세발너구리 2024.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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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약 7주간 흑인으로 변장한 채 미국 남부를 여행한 백인 남성이 그간의 사건과 본인의 생각을 정리한 책.

 

흑인 차별에 대한 경종을 울린 매우 중요한 책 중 하나로 평가받는 필독서라고 한다.

 



저자 그리핀은 1920년 출생한 언론인/작가로서 남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프랑스 유학 중 백인들과 함께 수업을 받고 식사를 하는 흑인들과, 이런 흑인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백인들을 경험한다. 그동안 본인이 흑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그리핀은 이와 유사한 일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잘못된 사고를 깨닫게 된다.

 

이후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 그리핀은 태평양에서 한 소수부족의 도움을 받으며 군 생활을 하게 된다. 처음에 그는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부족민들을 미개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야생의 생활 속에서는 본인의 학력과 지식은 미개하게만 보이는 부족민의 5살 난 아이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핀은 전쟁 중 시력을 잃은 후 약 10년 뒤에 극적으로 시력을 되찾게 된다. 그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장애를 안고 살아가면서 '너와 나'의 경계를 만드는 행위가 얼마나 어리석고 비인간적인 것인지를 마음 깊이 일깨운다.

 



위와 같은 독특한 경험 덕분인지, 어느덧 중년에 다다른 그리핀은 지금 생각해 보아도 무모해 보이는 실험을 감행한다.

 

1959년 그는 피부과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를 흑인으로 변화시켰다. 백반증 치료제를 복용하고 강한 자외선을 쐼으로써 피부 색을 흑인과 같이 바꾼다. 일부 부족한 부분은 화장을 통해 보완한다.

 

백인은 물론, 흑인 조차도 피부색을 바꾼 그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기존에 그를 알고 지냈던 흑인들 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단지 피부색이 약간 밝은 흑인 정도로만 여길 정도로 그의 변신은 완벽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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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이 된 이후에는 미국 남부를 여행한다. 피부색 이외에 그 무엇도 변한 것이 없었지만, 백인사회는 그를 차별하고 흑인들은 그를 동료로 여겨준다.

 

백인들은 겉으로 흑인에게도 친절하게 대했다. 하지만 흑인이 된 그는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기도 어려웠고,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도 없었다. 버스 안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좌석이 구분되었으며, 백인들은 아무리 피곤해도 흑인인 그의 옆에는 앉기를 거부했다.

 

백인들은 표면적으로 흑인들에게 친절했지만, 그들의 작은 행동에서는 흑인은 원래 미개하고 열등한 인종이라는 뿌리깊은 편견이 묻어 나왔다. 직업, 옷차림 등 피부색 이외에 그 무엇도 바꾸지 않았지만, 당시 미국 사회에서 그는 열등한 흑인에 불과했던 것이다.

 


 

백인으로 다시 돌아 온 그리핀은 자신의 경험을 신문에 연재하고 책으로 펴낸다. 사회의 반향은 컸다.

 

어떤 백인들은 그리핀과 가족들을 협박하고, 실제로 린치를 가하기도 한다. 그리핀은 이런 위협을 피해 가족들과 함께 멕시코로 피하기까지 했다.

 

반면, 어떤 백인 단체들은 그를 초청하여 흑인 차별을 극복할 방법을 논의한다. 하지만, 나름 진보적으로 보이는 이런 단체들 역시 그리핀이 백인이었기에 그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인다. 스스로를 대변할 만큼 현명하고 우수한 흑인들은 당시에도 충분히 많았지만, 백인사회는 그들을 포용하지 못했다. 심지어 흑인의 입을 통해 전달된 내용이 그린핀이 말했건 것과 동일한 내용이어도 무시당한다. 안타까운 역설이다.

 


 

흑인 차별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지만, '차별' 자체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60년이 넘게 지난 미국의 이야기지만 다문화 사회를 피할 수 없어 보이는 우리나라에도 어울린다. 절대로 극복될 수 없을 것 같은 여러 종류의 '차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준다.

 

비소설판 "앵무새 죽이기"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읽어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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