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스토너'라는 한 대학교수의 일생을 다룬 소설.
1965년 출간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약 50년 뒤 유럽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라고 한다.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 서점에서도 자주 보인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농과대학에 입학하였으나, 교양으로 수강했던 영문학에 반하게 되면서 인생의 방향이 바뀐다.
그는 부모님들과 상의 없이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박사과정까지 마친 후 모교의 교수로 일하게 된다.
이후 그는 첫 눈에 사랑에 빠진 여인과 결혼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결혼은 실패작임을 알게 된다. 그녀는 주인공에게 냉담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결혼은 부모에게서의 탈출에 불과했을 뿐.
둘 사이에서 딸이 태어나고 주인공은 딸을 사랑했지만, 아내의 딸에 대한 묘한 집착과 강박적인 행동들은 그와 딸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다.
또한, 집 전체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며가는 아내의 행동 덕분에 주인공은 안식처를 잃게 된다.
집에서 설 자리를 잃고 교수의 역할에만 충실하게 지내던 그에게 사건이 발생한다.
한 학생의 대학원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주인공은 학과장과 의견이 충돌한다. 주인공은 그 학생의 능력 부족을 주장하지만, 학과장의 뜻을 꺾지는 못한다.
학과장과의 대립은 주인공의 학교 내 입지를 좁아지게 한다.
대학을 옮길까도 고민하지만 아내는 반대한다. 그녀는 자신에게 최적화된 이 공간이 가장 중요했다.
연구에 몰두해 보려 했지만 집과 직장에는 그가 숨쉴 공간이 없다. 그저 매일을 버티며 지낼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공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그의 세미나에 참석했던 한 학생과 연애를 시작한 주인공은 새로운 활력을 찾는다. 부정한 관계였지만 이로 인해 괴로워하지 않는다. 아내 역시 남편의 외도를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에 대한 감정분리는 둘의 사이를 좀 더 가깝게 한다.
주인공은 학교의 강사로 채용된 연인과 같이 연구하고 감정을 교류하며 긴 시간을 함께 한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주인공과 사이가 좋지 않던 학과장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
연인이 학교를 떠나는 선에서 일단락되지만, 주인공은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후 다시 무미건조한 삶이 계속된다. 하지만 문득 현재가 부당하다는 생각을 갖고 학교의 방식이 아닌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학과장은 주인공의 일탈을 막아보려 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이유가 없는 주인공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그는 괴팍하고 다른 이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늙은 교수로 이미지를 굳히게 된다.
정년이 다가오자 학과장과의 갈등이 재개된다. 주인공은 2년 더 정년을 연장하려 하고, 학과장은 그를 은퇴시키려 한다.
일단 주인공의 뜻대로 상황이 진행되는 듯하였으나 그에게 '암'이라는 인생 마지막 사건이 찾아온다.
주인공은 주변을 정리하고 교수직에서 물러난다.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집을 떠난 딸과 마지막 인사도 나눈다. 그동안 전혀 의지가 되지 않았던 배우자에게서 약간의 안식을 얻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의 유일한, 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저서 한 권을 옆에 둔 채로 숨을 거둔다.
그는 특별히 기억되는 사람이 되지 못했다. 학교 한 켠에 그의 이름이 남아 있지만 아무도 그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인생의 중요 분기점마다 스스로가 선택했고, 그에 따른 성공과 실패를 온전히 다 받아냈던 한 인간은 아주 작은 흔적만을 남긴 채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딱히 성공한, 그렇다고 실패한 인생도 아닌 삶이다. 누군가에게 엄청난 해악을 끼친 것도 아니지만 존경받을 삶도 아니다.
그냥 인생의 중요 분기점에서 스스로 선택했고, 그 결과를 받아들인 삶이다.
주인공이 그의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그 스스로도 답하지 못한다. 그저 살아왔을 뿐이다.
특별한 삶을 원했지만, 결국 '평범'으로 수렴해 가는 인생을 뒤돌아 보면 후회도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묘한 안도감도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나와 스토너의 삶에는 유사점이 많지 않음에도 심리적으로 꽤나 높은 공감대가 형성된다.
어쩌면 책 전반에 걸쳐 나오는 '견디는 삶'의 위대함에 나도 모르게 감화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스스로에 평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읽을 때마다 평가가 계속 바뀔 듯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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