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으로 유명한 앤디 위어의 또 다른 SF 소설. 이번에는 태양계를 벗어나 12광년 떨어진 타우세티라는 별을 배경으로 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 더하기 2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한 남자가 깨어난다. 본인의 이름도, 과거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해박한 과학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주변 장비들과 비정상적인 중력을 통해 자신이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선 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는 차츰 기억을 찾아간다.
주인공 그레이스는 한때 잘 나가던 생물학자였으나 '물 없이도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다'는 본인의 학설이 외면받자 학계를 떠나 중학교 과학 선생이 된다. 이후 나름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갑자기 외계 생명체의 연구를 담당하게 된다.
외계 생명체는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여 살아간다. 문제는 이 생명체로 인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가 감소해 인류가 멸망할 수준의 빙하기가 올 것이라는 점이다. 인류의 구원을 위해 각 나라로부터 막대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는 물이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외계 생명체 연구에 주인공이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일을 맡긴 것이다.
주인공은 외계 생명체를 '아스트로파지'라 명명하고 연구를 하던 중 아스트로파지 역시 물에 기반한 생명체임을 알고 이에 실망하여 프로젝트에서 잠시 이탈한다. 하지만,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절망적인 미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내 프로젝트에 재합류하여 아스트로파지의 배양에 성공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연구가 계속되던 중 연구단은 지구에서 12광년 떨어진 타우세티라는 행성에도 아스트로파지가 살고 있고, 그곳에서는 번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류는 극소량에도 핵폭탄 이상의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는 아스트로파지를 연료로 활용해 타우세티를 탐사하려 한다. 아스트로파지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아스트로파지의 번식 속도가 느려 왕복할 연료를 확보하지 못한다. 결국 연구단은 편도로만 우주여행을 떠난 후 작은 무인 우주선에 탐사결과를 담아 지구로 돌려보내는 자살 임무를 진행하기로 한다.
그리고 지구에서는 인위적으로 온난화 현상을 극대화하여 탐사결과가 돌아오기 전까지 빙하기 늦추기 위해 노력한다.
기억의 일부만이 돌아왔지만, 왜 이곳에 왔는지 알게 된 주인공은 타우세티를 관찰한다. 그리고... 그러던 중 또 다른 외계인을 만나게 된다.
새로 만난 외계인은 암석과 같은 외피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외계인의 특징을 감안하여 '로키'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로키의 언어가 음율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소리를 분석하여 의사소통을 시작한다.
※ 의사소통을 시작하는 과정을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게 구성했다. 주인공과 로키는 숫자부터 시작하여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후 '아니다', '맞다'와 같은 이진적인 요소로 확대해 가면서 의사소통의 범위를 넓힌다.
이때 주인공이 사용하는 도구가 음파 분석기와 엑셀이다. 로키가 말하는 음파를 엑셀로 옮겨 온 다음 그것을 영어로 대응 시킨다. 그리고 프로그래밍(아마도 VBA??)을 통해 로키의 말을 이해하는 것이다. 역시나... 엑셀은 위대하다.
반면, 로키는 완벽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 주인공이 한번 했던 말을 그대로 기억한다. 로키의 종족이 지구보다 과학기술이 다소 낮은 이유 역시 종족들이 가지고 있는 완벽한 기억력 때문에 컴퓨터와 같은 고도의 기계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로키의 종족은 눈이 없고 박쥐와 같이 초음파로 사물을 인식하지만, 인간과 유사한 지능을 가지고 있다. 과학기술은 지구보다 다소 떨어지는 것에 반해 뛰어난 재료공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 수준은, 우주여행을 위해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학적 난제들을 재료공학으로 해결할 정도이다.
그들에게는 눈이 없어 빛을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우주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고향 행성에 아스트로파지가 나타나 지구와 동일한 위기에 빠지게 되자 이를 해결하려 타우세티로 온 것이다.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지능을 가진 덕에 그들 역시 아스트로파지를 연료로 활용하였다.
이윽고, 둘은 타우세티에 아스트로파지의 포식자가 살고 있다는 점을 알아낸다. 주인공은 포식자에게 타우메바라는 이름을 붙이고, 타우메마를 각자의 별에 생존할 수 있는 상태로 배양시킨다.
지구를 구할 방법을 찾아낸 주인공. 하지만, 주인공에게는 지구로 돌아갈 연료가 없었다. 이때 로키가 주인공에게 연료(=아스트로파지)를 나눠줄 수 있다는 말을 한다. 계산한 것보다 이상할 정도로 연료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충분히 나눠줄 수 있다는 것이다(로키의 종족은 빛을 인식할 수 없는 관계로 상대성 이론을 연구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덕에 '시간팽창'에 대한 이해가 없어 계산했던 것보다 연료의 소모가 적었던 것이다).
둘은 서로의 고향을 구하기 위해 각자의 별로 향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지구로 복귀 중 타우메바가 보관통에서 빠져나와 연료로 사용 중인 아스트로파지를 잡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타우메바를 각자의 별에 생존할 수 있도록 배양하는 과정에서 보관통을 빠져나올 수 있는 능력을 진화시켰던 것이다. 주인공은 다른 재료를 타우메바 보관통을 만듦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
급한 불을 끈 주인공은 갈등한다. 로키 역시 타우메바 때문에 연료를 모두 잃고 우주에서 미아가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에게는 로키를 구한 후 다시 지구로 복귀할 식량이 없었다. 로키를 구하게 되면 본인은 굶어 죽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기억이 돌아 온 주인공은 본인이 강압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였고, 지구에는 딱히 친구도 없었다는 점 등을 상기한 후에 결국 생사를 같이했던 친구 로키를 구하기로 결정한다.
주인공은 지구를 구할 타우메바를 무인 우주선에 실어 보내고 로키의 뒤를 쫓는다.
역시나 로키는 연료를 잃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주인공은 문제를 해결하여 로키를 구한 후 그의 행성으로 함께 귀환한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주인공은 로키의 행성에서 거주하고 있다.
식량을 대신하여 타우메바를 먹으며 힘겹게 연명했지만, 타우메바에는 비타민과 같은 영양소가 없었기 때문에 온갖 질병에 시달렸다.
하지만, 로키의 종족에게 주인공은 영웅이었다. 그들은 주인공이 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또한, 주인공의 근육을 인공배양하여 고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드디어, 로키로부터 지구 역시 아스트로파지를 퇴치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주인공은 너무 기뻐 눈물을 흘리지만 지구로 돌아갈지 여부에 대하여 고민한다.
지구로 돌아갈 우주선과 연료는 있었다. 가장 큰 문제였던 식량도 해결된 상태였다. 하지만 늙은 데다 외계 행성의 강한 중력으로 관절염으로 고생 중인 주인공은 또다시 10년이 넘는 우주여행을 결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생사를 같이했던 외계인 친구가 여기에 있다.
주인공은 지구로의 귀환을 결정하지 못한 채 외계인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시작하며 소설이 끝난다.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혹시나 줄거리를 읽고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나의 글쓰기 능력 문제 때문이다. 믿고 읽어봐도 좋다.
특히나, 마션의 주인공처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 콤비의 모습이 유쾌하고 정겹다.
꼭 읽어 보길 강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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