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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소설

[책요약] 개 - 김훈

by 세발너구리 2024.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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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로 유명한 소설가 김훈의 작품.

약 20년 전에 출판한 초판을 다듬은 개정판이다.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을 '개'라는 동물을 통해 바라본 소설이다.

 


 

주인공은 '보리'라는 이름의 수놈 진돗개이다.

시골 마을의 노부부 집에서 태어난 '보리'는 어미의 돌봄을 받고 형제들과 장난을 치며 성장한다.

 

큰 형은 출생 당시의 사고로 앞다리가 부러졌다. 삶에 적응하지 못했던 큰 형을 엄마는 삼킨다. 노부부는 그런 어미를 때리고 혼내지만, '보리'는 알 수 있었다. 엄마는 큰 형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낸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후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노부부가 살고 있던 마을이 댐 건설로 수몰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떠나게 된 '보리'는 어미와 형제들과 이별한다.

 


 

'보리'는 노부부의 둘째 아들을 새로운 주인으로 삼게 된다. 새 주인은 작은 배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부이다.

 

묶여 있지 않은 '보리'는 자유롭다. 그리고 주인을 사랑하고, 주인의 딸과 아들을 사랑한다. 주인집 아들의 똥에서 나는 향기로움을 참지 못하고 먹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보리'가 똥개이기 때문이 아니다. 어린 인간의 순수함과 사랑스러움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보리는 '개'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일을 끝내고 부두에 도착한 주인을 반기고, 등교길을 방해하는 뱀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한다. 우연히 마주친 '흰순이'라는 예쁜 암컷을 마음에 두기도 하고, 사납기만 했지 개로서의 품위가 없는 '악돌이'와 싸우다 크게 다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보리'의 주인은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주인의 가족만큼이나 '보리'는 상심한다. 주인이 죽은 후 이길 수 있는 것과 이길 수 없는 것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죽음을 이길 수는 없었지만, 인정할 수 없었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딜 수 있는 것인지, '악돌이'를 만나 답을 찾으려 한다. 답이 없다면, 답이 없다는 사실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악돌이'와의 싸움은 치열했다. 땅을 딛지 못할 정도로 지치고, 크게 다쳤다. 하지만 '보리'는 답을 구할 수 없었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딜 수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말이다.

 


 

'보리'의 주인 가족은 어장을 팔고, 그동안 모았던 돈을 찾고, 수협에서 돈을 빌려 도시로 떠나기로 한다. 아파트로 이사 가게 된 가족을 '보리'는 따라갈 수 없다.

 

주인 아주머니가 헛간의 연장을 고철 장수에게 팔던 날, '보리'는 막지막 날이 가까웠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흰순이'를 보기 위해 밖으로 나선다. '흰순이'의 하얀 몸과 분홍색 콧잔등을 마음에 새겨넣고 싶었다. '흰순이'를 보러 가는 길 중간중간 악돌이의 오줌 냄새가 난다. 하지만, 그 냄새는 오래 전의 희미한 냄새이다. '악돌이'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하면서 '흰순이'에게로 향한다.

 

'흰순이'네 집에 도착한 '보리'는 옆 건물의 지붕으로 올라가 '흰순이'네 집을 내려다본다. '흰순이'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 네 마리와 함께 있었다. 강아지들은 어렸지만, 누가 봐도 '악돌이'를 닮았다. '흰순이'가 '악돌이'의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는 것을 본 후 '보리'는 집으로 돌아온다.

 


 

주인 가족들이 도시로 떠난다. 하지만, '보리'의 첫 번째 주인이었던 할머니는 배추가 다 자랄 때까지 옛집을 지키기로 한다. 배추가 다 자라면 자신이 어디로 팔려가게 될지 '보리'는 알 수 없다.

 

어느덧 배추 장수들이 할머니의 밭을 보러 왔고, 할머니는 배추를 모두 팔았다. 할머니는 배추를 판 돈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다. 배추 장수는 배추를 모두 뽑아 트럭에 싣고 간다. '보리'는 트럭이 사라진 큰길을 향해 짖는다. 저무는 바다를 향해 짖고, 마을을 향해 짖는다.

 


 

절제되고 담백한 문체로 구성되어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본 글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잘 쓰여진 글 같다. 기복없이 평탄하게 쓰여진 글을 읽으며 몇 번이나 애써 눈물을 참았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아니었다면 몇 번을 울었을 것이 분명하다.

 

평범한 단어와 문장으로 만들어 낸 아름다운 소설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으로 책 소개를 마무리한다.

 

 

"똥을 먹는다고 해서 똥개가 아니다. 도둑이 던져 주는 고기를 먹는 개가 똥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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