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의 탈을 쓴 자서전 + 사회비판 서적.
유쾌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다가 갑자기 진진해지는 구조가 생소하면서도 이질적이지 않은 소설이다.
비정규직 시간 강사 대량해고에 맞선 노동운동이 한창이던 어느 날 밤, 대학 건물 안에 거대한 문어가 나타난다. 노조위원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문어를 사냥(?)하여 먹고, 갑자기 나타난 검은 정장 집단이 노조위원장과 주인공을 연행해 간다.
'(문어를) 왜 먹었냐?'라고 집요하게 묻는 검은 정장들과 '문어가 눈앞에 나타나 먹었다'는 답변만 계속하는 노조위원장.. 본인이 왜 끌려온지도 모르는 주인공.. 이렇게 소설은 두서없이 시작한다.
소설은 각 챕터 별로 '문어', '대게', '개복치', '상어', '고래' 등을 등장시키며, 인간에 의한 해양오염,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회적 약자층, 본인들의 이권에만 관심을 갖는 특정 계층 등에 대한 이야기 해 나간다.
무거운 주제들이지만, 중간 중간 등장하는 해산물들이 유쾌한 양념으로 제 역할을 하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건 무슨 책이지?' 하는 생각으로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감이 잡히기 시작하고, 어렵지 않게 끝까지 읽을 수 있다.
책 전반적인 내용은 작가의 경험담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화자와 노조위원장은 실제 부부이며, 중간중간 등장하는 사건이나 시대적 배경 역시 소설을 써 내려갈 즈음에 발생한 일들을 기반으로 한다. 불합리한 사회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작가 부부들의 이야기와 생각이 경쾌하지만 무거운 책 내용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쟁점들을 풍자와 유머를 지렛대 삼아 가볍게 논의의 주제로 올려놓는 글쓰기 기술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책 내용을 요약하려 해 봤으나, 주제와 이야기의 전개가 서로 다른 박자로 춤추는 작가의 글솜씨를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이라 간단한 리뷰로 대신한다.
책 내용이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 보시기를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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