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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소설

[책리뷰] 부재중 고백 - 최승현

by 세발너구리 2024. 5. 1.

※ 본 글은 저자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작가의 데뷔작인 "부재중 고백"은 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인간의 어두운 면과 여성으로서 느끼는 부당함, 인맥으로 얽힌 사회 구조 등에 대한 비판을 주제로 한다.

 


 

책은 총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완벽한 심사) 남성 면접위원들과 여성 면접 대상자들로 구성된 면접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화자는 면접에 단지 들러리로 참여한 여성이며, 남성들의 우월주의, 권위주의, 성차별 의식과 인맥과 친분으로 돌아가는 조직문화에 대한 씁쓸한 단면이 담겨 있다.

 

(당신 뜻대로) 화자는 젊은 여성으로, 일시적으로 다리를 다친 노인의 요양을 담당한다. 일하던 중 어쩌다 정신을 잃게 된 화자가 노인의 고백을 듣는 것이 주된 내용. '알고 보니 따뜻한'.... 그런 이야기가 아닌, 스릴러물에 가깝다.

 

(부재중 고백) 친구의 장례식장을 찾은 화자는 친구가 생전에 보낸 이메일을 받게 된다. 이메일에는 친구의 잔인했던 성장기가 담겨 있다. 아무리 친한 관계라 하여도 두 눈을 마주하고는 절대로 말하지 못했을 그런 이야기들...

앞에서 정리한 '당신 뜻대로'와 꽤나 조밀하게 연결된 듯한 단편이다.

 

(어느 미래) 처음에는 '당신 뜻대로'와 '부재중 고백'과 연결되는 것처럼 전개된다. 이제는 본인의 삶을 정리할 때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던 날, 등교하는 아이와 출근하는 남편을 보낸 후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과거를 곱씹어 본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이 소소한 유쾌함을 선사한다.

나머지 작품들과는 다른 분위기의 마무리... 전체적으로 어두운 책에서 작은 평범함이라도 선사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현실에 지친 이가 꿈꾸는 약간은 희망적인 '어느 미래'인지 알 수 없다.

 

(형님) 인맥으로 얽힌 부조리한 사회상을 고발한 단편. 엉킨 그물처럼 복잡한 인간관계로 인해 부당한 일은 호기롭게 진행하고 정당한 일은 숨죽여 진행한다. 짧지만 상당히 예리하고 단순하게 문제를 지적한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작품일 것이라 생각한다.

 


 

단편들마다 다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로 인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다른 시간대와 다른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전체적으로 무겁고, 어둡다. 다 읽고 난 후의 입맛은 쓰다.

 

느슨한 듯, 짜임새 있는 듯한 각 이야기들 간의 연관성을 추리해 보는 과정이 그나마 쓴 입맛을 달랜다.

 


 

본 책과는 무관한 내용으로 사족 하나 달아본다.

 

(단편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장편소설보다는 단편을 좀 더 선호한다.

눈앞에서 배경이 펼쳐지는 듯한 묘사, 주인공의 애절함이 마치 내 감정인 듯한 착각 등은 단편소설에서 찾기 어렵다. 하지만 단편은 생각과 공감의 여백이 크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300페이지의 책에서 내게 주어진 여백은 중간중간의 한 두 페이지 밖에 없다. 하지만, 30페이지의 단편은 나에게 270페이지의 여백을 선물해 주는 것 같다.

 

'소나기'를 뛰어넘는 애잔한 첫사랑, '운수 좋은 날'을 밀어낼 삶의 비극.. 이런 것들을 담은 장편소설을 내 생에 만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단편소설 시장이 성장하기를 바라며 주절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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