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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역사

[책요약] 벌거벗은 한국사 - 근현대편

by 세발너구리 2024.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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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의 비극을 인물 중심으로 정리한 책으로, 총 7편으로 구성되어 있다(일본이 조선을 무너트린 과정 / 유관순 / 박열 / 덕혜옹주 / 나혜석 / 윤동주 / 손기정).

 

가장 소개하고 싶은 '윤동주'편에서 나오는 시의 일부와 해당 시를 쓸 당시의 상황을 간략히 정리한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에 흥미를 보였던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한다.

 

입학 후에도 꾸준히 시를 쓰던 그는 돌연 글 쓰기를 멈춘다. 일제에 의해 한글 사용이 금지되었기 때문이었다.

 

문인에게 조국의 글을 못 쓴다는 건 비극이다. 이러한 비극을 바탕으로 때 쓴 시가 바로 '서시'이다. 일제에 압박받는 우리 민족이 비극 속에서도 순수한 열정을 지키며 살아가길 바라는 내용이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졸업할 즈음, 윤동주는 한글 시집을 펴내려고 한다. 그 유명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이다. 잔혹한 시대를 살며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시집을 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존경했던 이양하 교수는 출간을 강력히 반대한다. 아끼는 제자가 한글 시집 출간으로 인해 일제의 탄압을 받을 것을 우려한 것이다.

 

현실적인 이유로 출간을 포기한 윤동주는 미리 제본했던 3권 중 2권을 지인들에게 나눠줬고, 그중 한 권이 남아 우리에게 전해진다.

 


 

졸업 후 윤동주는 문학을 공부할 수 없는 조선을 떠나 일본으로 유학을 가려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창씨개명을 해야만 했다.

 

그동안 이름을 지켜오던 윤동주는 유학을 위해 창씨개명을 한다. 그리고 망국의 백성으로서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현실에 적응하는 자신을 참회하며 시를 쓴다. 바로 '참회록'이다.

 

시에 나오는 '참회'에는 막연한 후회가 아닌 반성하고 성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한다.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은 일본신민임을 강제당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을 '남의 나라'라고 칭하거나 한글을 쓰는 것은 금기였다. 하지만, 윤동주는 '남의 나라'에서 부모님이 힘들게 보내 주신 돈으로 너무 쉽게 공부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한글' 시를 한편 쓴다.

쉽게 씌어진 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이후, 일본군에 징병되는 것을 피해 고국으로 돌아오려던 윤동주는 일본 경찰에 체포된다. 조선어로 시를 쓰고, 조선 문화 유지 향상에 힘썼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여러 정황 상 생체실험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높다.

 


 

많은 문인들이 친일을 하던 시기에도 꿋꿋하게 한글 시를 쓰며 민족을 위로했던 윤동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에는 본인의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과 성찰에 있다.

 

깨끗해 지기에는 이미 너무나도 때 묻은 삶을 살아왔다. 그나마 남아있는 희망은 스스로의 잘못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닮고 싶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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