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기억하여야 할 8명의 인물을 다룬 책.
정말 쉽게 읽히는 책이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역사 이야기를 초등학생들이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눈높이를 낮췄다.
책에서 다루는 8명의 영웅은 장보고, 이순신, 사명대사, 김만덕, 안중근, 홍범도, 이봉창, 정세권이다.
이 중 상대적으로 낯선 김만덕, 정세권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볼까 한다.
(김만덕)
김만덕은 제주 출신의 기생이다.
원래는 양인 신분이었으나,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생계유지를 위해 관기가 된다. 이후 상업에 눈을 뜨면서 내륙과 제주도 간의 중계무역에 뛰어들어 큰 부를 축적한다.
그러던 중 제주도에 큰 흉년이 오게 된다. 이에 더하여 태풍으로 인해 제주의 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굶주리는 상황에 직면한다. 당시 조선의 왕이었던 정조는 구휼미를 제주에 보냈으나, 이를 싣고 가던 배가 참몰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때 김만덕이 전면에 나선다. 사비로 쌀을 구매하여 굶주리는 제주의 백성들에게 나눠 주었던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정조는 김만덕을 치하하며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 주겠노라 말한다. 이에 김만덕이 요청한 것이 한양을 방문하는 것, 금강산을 여행하는 것이었다. 당시 제주도에 살던 백성들은 섬 밖으로 나가지 못하였기에 한양과 금강산을 구경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정조는 김만덕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이에 더하여 그녀에게 의녀반수라는 벼슬을 내림과 동시에 궁을 불러들여 대접을 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녀의 일생을 담은 '만덕전'이라는 책을 편찬하게 지시한다.
사대부들조차 개인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데, 기생과 같은 낮은 신분의 김만덕의 행실은 널리 알릴만한 표본이었던 것이다.
이후 김만덕은 사후에 본인의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기부한다는 유언을 남긴다. 당대에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
(정세권)
일제 강점기, 한양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이 증가하자 일본은 대대로 조선 양반들이 거주하던 북촌까지 일본인 거주지역을 확대하려 한다. 일본은 경복궁 정면에 조선총독부를 세우는 것과 같이 어이없는 정책을 펼치면서 조선 역사의 깊은 문화를 머금고 있던 북촌의 영혼을 조금씩 지우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인물이 나타난다. 바로 당대 최고의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정세권이다.
정세권은 일본인이 북촌으로 거주지를 확대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북쪽 지역의 땅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당시에는 혁신적이라 할 만한 도시형 한옥 단지를 건축하기 시작한다. 또한 집을 구매할 자금이 없는 서민들을 위해 할부거래를 도입하기도 한다(지금의 북촌 한옥마을, 익선동 한옥단지의 터전이 이때 만들어진다).
본인이 잘 살기 위해서는 당시 유행하던 서양식 주택을 지어 일본인에게 팔면 되었지만, 정세권은 이윤을 쫓는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정세권은 조선물산을 장려하고 한글을 전파하는데 자금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세권의 행보를 주시하던 일본은 사소한 빌미를 잡아 그를 체포하고 고문한다. 그리고 그의 재산을 몰수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하늘이 무심하지는 않았나 보다. 얼마 후 광복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정세권은 광복 후에도 조선어학회과 계속 교류하였고 '조선말 큰사전'의 편찬도 지켜볼 수 있었다.
정세권은 1965년 78세의 일기로 눈을 감았고,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되었다.
우리나라는 유독 '영웅'에 인색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좋게 말하면 스스로에게 엄격한 것이겠지만... 뭐... 솔직히 딱히 그렇지도 않은 듯싶다.
꼭 전쟁에서 승리해야 영웅이 아니고, 영토를 넓혀야 영웅은 아니다. 이웃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본인의 이익보다는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애쓰는 모든 인물들이 영웅이라 할 것이다. 특히나 본 책을 통해 접하게 된 '정세권' 같은 인물이야말로 보다 널리 알려야 할 위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같은 시대에는 전쟁영웅보다 이러한 위인들이 사회의 롤모델에 적합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사에도 참 멋진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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