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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소설

[책요약] 채식주의자 - 한강

by 세발너구리 2025.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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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대표작으로,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상한 꿈을 꾼 이후 극단적으로 육식을 거부하는 주인공을 3명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구성이다.

 

주인공 '영혜'의 남편의 시점인 '채식주의자', 형부의 시점인 '몽고반점', 언니 인혜의 시점인 '나무 불꽃'으로 구성된다.

 


 

(채식주의자)

 

영혜의 남편은 평범함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외모에서 매력을 느낄 수는 없지만, 조용하고 본인을 드러내지 않는 영혜는 그에게 딱 맞는 배우자였다. 영혜가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것에 다소 불만을 갖고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혜는 이상한 꿈을 꾸게 된 이후 육식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건강이나 종교적 이유도 없이 육식을 거부하는 영혜를 그는 이해하지 못한다.

 

영혜는 남편에게서 고기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잠자리를 거부하고, 남편은 강제로 몇 차례 성관계를 갖기도 한다.

 

그러던 중 남편은 회사의 중요인물들과 부부동반 식사를 하게 된다. 그 자리에서도 영혜는 거의 모든 음식을 먹지 않았고,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것을 사장 부인에게 들키기도 한다. 영혜 때문에 중요한 자리를 망쳤다고 생각한 그는 처가 식구들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처형의 집들이 날 모든 처가 식구들이 모인다. 모든 식구들이 영혜를 걱정한다. 그리고 영혜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릴 때 그랬듯이 그녀의 뺨을 때리고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 한다. 그리고, 영혜는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한다.

 

서둘러 병원으로 옮겨진 영혜는 위기를 넘긴다. 하지만 남편이 잠깐 잠이 든 사이 홀연히 사라진다.

 

영혜를 찾아 나선 남편은 곧 영혜를 발견한다. 그녀는 가슴을 드러낸 채 햇볕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입에는 피를 묻힌 채 한 손에 새의 시체를 들고 있다.

 


 

(몽고반점)

 

영혜의 형부는 미디어 아트를 하는 예술가이지만, 언젠가부터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어느날 우연히 부인에게서 영혜에게도 몽고반점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후 그는 영혜에게 강한 흥분을 느낀다.

 

마침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사는 영혜를 찾아간 그는 그녀에게 누드 영상 촬영을 제안하고, 영혜는 별다른 거부 없이 이에 응한다. 그는 영혜의 온몸에 꽃을 그린 후 그녀를 촬영한다. 영혜는 자신의 몸에 그려진 꽃을 매우 마음에 들어하며, 꽃이 지워질 수도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영혜의 몽고반점을 직접 본 그는 더욱 강한 흥분감을 느끼게 되고, 예술가 후배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준 후 영혜와 같이 촬영할 것을 권한다. 후배는 약간 머뭇거리면서도 그의 작품성에 매혹되어 제안에 응한다.

 

후배에게도 꽃을 그린 후 둘의 누드 영상을 촬영하던 그는 후배에게 직접 성관계를 할 것을 권하지만 후배는 이를 거부한다.

 

그는 촬영 과정에서 영혜가 강한 성적 흥분을 느꼈음을 알게 되고, 그녀와 관계를 가지려 했지만 거부 당한다. 그의 몸에는 꽃이 그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옛 연인이었던 다른 예술가를 찾아가 자신의 몸에 꽃을 그려달라 청한 후 영혜에게 돌아간다. 둘은 서로에게 흥분해 성관계를 갖게 되고, 이 과정을 모두 카메라에 담는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그는 자신의 카메라를 누군가 건드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변을 찾아보던 그의 눈에 부인이 보인다.

 

그의 부인이자 영혜의 언니는 남편을 비난하고 둘을 정신병원에 신고한다.

 


 

(나무 불꽃)

 

인혜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영혜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그녀를 챙긴다. 약간은 호전되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영혜는 여전히 육식을 거부한다.

 

어느 비오던 날 영혜는 병원을 탈출한다. 가까스로 그녀를 찾아낸 보호사는 그녀가 마치 나무처럼 비를 맞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로 영혜의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된다. 이제는 육식뿐만 아니라 일체의 음식을 거부한다. 그녀에게 멀쩡한 혈관은 거의 없는 상태이기에, 혈관을 통해 영양분을 주입하는 것도 어렵다. 정신병원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큰 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권하는 지경에 다다른다.

 

영혜는 이제 자신은 동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햇빛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인혜는 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길을 잃은 채 산속을 헤매던 날 영혜는 인혜에게 집으로 돌아가지 말자고 말한다. 아버지로부터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던 영혜가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매는 집으로 돌아간다.

 

장녀로서 아버지를 챙겼던 인혜는 폭력의 대상이 아니었다. 남동생은 안에서 당하는 만큼 밖에서 화풀이를 한 만큼 큰 상처를 안고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도저도 아니었던 영혜는 모든 고통을 가만히 안고 살아왔을 것이다. 그러고 이제는 안다. 그녀가 아버지를 챙겼던 것은 아버지의 폭력을 회피하는 방법이었음을 말이다.

 

영혜의 상태는 갈수록 악화된다. 튜브를 이용해 억지로 음식을 먹이려는 것조차 강한 거부에 실패하자, 큰 병원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한다.

 

정신병원을 떠나는 구급차 안에서 인혜는 영혜에게 말을 걸어 보지만, 영혜는 답을 외면한다.

 

인혜는 영혜에게 말한다.... 이건 말이야.... 어쩌면 꿈인지 몰라.

 


 

책에서는 몇가지 상징적인 요소들이 등장한다.

 


 

먼저, 육식에 대한 거부감은 폭력성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성장했던 모든 환경에서 감내했던 폭력들이 무의식 중에 꿈으로 나타나고, 그에 따라 육식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육식을 거부하기 전에도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이유 역시 폭력성에 대한 거부의식에서 비롯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책 중간에 나오듯이 그녀는 가슴이 그 누구에게도 해를 주지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므로, 브래지어는 선한 존재인 가슴을 가두고 압박하는 존재로 해석될 것이다.

 


 

1편 마지막에 나오는 새를 물어뜯은 장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재되어 있는 폭력성'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싶다.

 

폭력의 피해자임과 동시에 무해한 존재를 자유롭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녀 역시 인간이 지닌 폭력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상징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이러한 본능이 그녀를 더욱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가는 동력이 되는 듯하다.

 


 

남편은 '평범함의 폭력'을 상징하는 요소로 보인다.

 

영혜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의해 감정과 개성을 안으로 숨겨야만 했다. 이런 영혜의 성격은 평범함을 추구하는 남편에게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영혜가 육식을 거부하기 시작하면서 그가 추구하던 평범함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남편은 이에 대해서 때로는 불만을 표하기도 하고, 처가댁 식구들의 지원을 통해 다시 평범함으로 회귀할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책에서는 평범함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남편의 몸에서 '고기 냄새가 난다'는 영혜의 말을 통해 평범함이 강요될 때에는 폭력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 해석된다.

 


 

'몽고반점'은 순수함, 천진함 등을 상징함과 동시에 영혜가 은밀히 숨겨둔 특이함이기도 하다.

 

한편 형부는 몽고반점이 집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순수함에 대한 폭력'을 상징함과 동시에, 자신의 작품을 위해 영혜를 이용함으로써 '자기만족의 폭력' 혹은 '창의성 혹은 특이함의 폭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예술에 대한 집착과 왜곡된 성적욕망의 애매한 경계'를 표현하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영혜는 본인의 몸에 그려진 그림 때문에 성적 흥분을 느끼고 형부와 성관계를 맺기까지 하는데, 순진함을 이용당해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편은 앞의 두 편과 달리 큰 따옴표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화자가 인혜인지, 영혜인지를 모호하게 만드는 효과와 동시에 따옴표로 인해 생각과 말이 구분되는 경계를 없애는 효과를 보여준다.

 

현실에서는 반드시 느낄 수밖에 없는 타자와의 구분성, 생각과 발화의 구분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현실에 대한 인식이 사라져 가는 영혜의 상태를 표현하는 도구로 보인다. 동시에 영혜와 가장 닮았고, 영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인혜와의 유대감, 혹은 연대의식을 표현하는 장치로도 볼 수 있다.

 


 

'채식주의자'에 대한 리뷰를 보면 남성성, 가부장의 폭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들이 많다. 패미니즘을 부각하는 글들도 많이 보인다. 폭력을 행사하는 주요 인물들이 모두 남성(아버지, 남편, 형부)이라는 점과 성폭력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작가가 여성이고, 소설 속 피해자 역시 여성이기에 이와 같은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다만, 남성의 입장에서 읽어도 위에서 언급한 평범함, 자기만족 등에 의한 폭력을 다룬 소설로 읽힐 수 있기에 또 다른 시각에서의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 뭐...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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