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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수필, 에세이

[책리뷰] 어떤 양형 이유 - 박주영

by 세발너구리 2023. 1. 11.

현직 판사가 법정의 이야기와 우리나라 사법제도 등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

 


 

앞부분은 글쓴이의 법관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을 다룬다. 사건들을 다루면서 느꼈던 부당함, 안타까움, 고민 등을 적었다.

 

뒷부분은 좀 더 포괄적으로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행정적•구조적 문제, 법관들이 재판과정에서 관습적으로 행하는 것들 중 비난 가능한 부분에 대한 의견에 좀 더 집중한다(판사 개개인의 자질에 대한 비판도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그보다는 사법체계, 법원 행정과 같은 제도적인 사항에 대한 지적이 보다 강조되어 있는 듯).

 

주제가 살짝 달라져서 그런지 전반부는 다소 감성적이고 꾸밈이 많은 문체로 적혀있고, 후반부는 앞 보다는 간결하고 기술적인 문장으로 구성된다.


저자가 일관성 있게 호소하는 내용은 '소수자' 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이해 혹은 배려이다.

 

책 전반적으로 "약자/소수자 대한 보호가 정의"라는 흐름을 끌어가고, "정의를 보호하는 것이 법의 역할"이라는 논조가 읽힌다. 결국 "약자/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이 법의 역할"이라는 결론을 떠올리게 된다.


판사라는 직업 역시 실무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되고 '선(善)'에 가까운 방향이라고는 생각하지만 확실히 아쉬운 부분은 있다.

 

재판과정에서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결국 피고인 혹은 소송 당사자가 본인이 약자 또는 소수자임을 증명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최소한 판사(들)가 그들에게 '선처'를 할 수 있을 수준까지는 설득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자신이 남들보다 폭력적이 된 사실이 불우한 어린 시절과 학대를 일삼는 부모 때문이라는 사실을 재판부에 구구절절 설명해야 한다는 건... 정말이지 당사자에게는 잔인한 일일 것이다. 단지 선처를 구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진실로 성장배경으로 인해 본인의 삶이 망가진 사람에게는 더욱더 잔인하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정의와 법에 있어서 마지막까지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괜히 씁쓸하다.

 


 

뭔가 본질적이고 거창한 것을 원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단지, 책을 읽는 내내 누군가의 인생이 담당 판사의 성향과 본인의 호소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계속 떠올라 괜히 불편하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 자체가 최선의 답안들을 조합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더욱 불편하다.

 

그냥 '감기 기운에 읽은 책이라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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