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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수필, 에세이

[책리뷰] 나쁜 기억 지우개 - 이정현

by 세발너구리 2022. 12. 15.

※ 본 글은 떠오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

두 번째로 도서를 제공을 받아 작성하는 글.
평상시에는 잘 접하지 않는 일상 등을 적은 에세이 서적이다.

책의 모든 내용은 우리가 종종 접하게 되는 감성글이다.
추정컨대, 작가가 틈틈이 적어 놓았던 문장, 문구 등에 약간의 살과 꾸밈을 붙여서 하나하나의 글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은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목차로 구성되어 있고, 계절 이름의 목차 안은 짧은 글들로 채워져 있다. 어떤 글은 목차와 같은 계절 색깔이 확연히 드러나기도 하고, 어떤 글은 목차와 무관해 보이는 내용으로 쓰여 있다.

작가가 초안을 적은 시기(계절)에 맞게 목차를 구성한 것은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책에서 전해지는 감성은 전반적으로 '젊다'. 그리고 가끔씩은 '싱그럽다'.

학교 혹은 부모님의 품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홀로서기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생각, 감정...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한 내용들이 많다. 아마도 작가의 나이가 이십 대 후반(혹은 삼십 대 초반)이기 때문일 것이다.



'감성'... 사전적 의미와 별개로 참 이상한 녀석이다. 마치 음식의 맛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느끼는 것은 다르지만 요상하게 공감대가 형성된다.

하지만, 때때로 '감성'은 위험한 녀석이다. 판단을 그릇 치게 하기도 하고 사소한 것에 집착하게 하여 중요한 것을 놓치게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감성에도 면역이 생긴다는 점이다.

20대... 그 아름답던 나이에 느꼈던 뜨거웠던 감성들... 어쩌면 내 인생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을지도 모를 정체 없는 녀석들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추억팔이 소재로만 쓰일 뿐 나를 괴롭히지는 못한다.

지금의 나보다 젊은 나이가 부럽기도 하고 때로는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느리지만 하나하나 내려놓을 수 있는 태연함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침마다 느껴지는 몸 구석구석의 통증은 싫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던 시절에 나의 내면을 장악했던 수많은 고민들이 이제는 더 이상 현실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한다.



책 내용의 많은 부분이 이미 면역을 얻은 감성에 기초한다.
이미 내가 경험해봤던, 혹은 다행히 경험하지 않고 넘어간 것들을 기록한 작가의 책에서 당연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미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 나를 괴롭히는 것들 역시 그냥 그냥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거짓말처럼 해결되어 있을 것이고, 언젠가는 새로운 당연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새로운 한 해에는 잡으려 애쓰지 않고, 밀어내려 애쓰지 않는 사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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