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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수필, 에세이

[책리뷰] 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 - 전지은

by 세발너구리 2022. 9. 29.

40년간 마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겪었던 일들을 기반으로 쓴 에세이.

 

간호사 경력의 상당 부분을 중환자 간호를 위해 보냈기 때문에 책의 상당 부분이 수많은 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았던 지은이의 경험과 느낌으로 채워져 있다.

 


 

책 제목인 '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이 아니다. 이제 삶을 정리하고 싶어 하던 늙은 할머니의 남편이 했던 말을 책 제목으로 적었다.

 

그렇다고 지은이의 생각이 녹아 있는 말도 아닌 듯 싶다. 수많은 사람을 떠나보낸 이유에서인지, 생을 끈질기게 잡고 있는 것보다는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지은이의 의지가 책 여기저기에서 읽힌다.

 

환자 본인은 이제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정작 남아 있을 사람들은 어떻게든 붙잡으려 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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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었던 말, 혹은 읽었던 글이 있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참으로 오랫동안 지병으로 고생하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가족 모두가 걱정했고 통상적인 병원의 연락에도 가슴이 내려앉았지만, 그분은 끈질기게 생을 쥐고 계셨다고 한다.

몇 개월.. 혹은 몇 년이 지나도 환자의 상태는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았고, 어느덧 가족들은 '이제 가실 때도 되섰는데..'라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 환자는 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셨다. 가족들은 아쉬운 마음보다 후련한 마음이 더 큰 상태에서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이윽고, 아버지의 관이 화장터의 불 속에 들어가는 순간...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슬픔과 아쉬움, 후회의 감정이 밀려 오더라고 한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 짧은 순간을 뒤로하고 비교적 평온하게 그들의 아버지를 보내줬다고 한다. 그리고 생각했다고 한다.

'우리가 당신을 보내기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그 힘든 시간을 견뎌내셨군요.'

 



어떤 글을 읽던, 어떤 이야기를 듣던 대부분의 우리는 준비가 되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말이다.

 

지나치게 이기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계속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준비를 위한 과정을 견뎌낼 자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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