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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철학

[책리뷰] 마흔에 읽는 니체 - 장재형

by 세발너구리 2023.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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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철학 사상과 그의 삶에 대한 태도를 기초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적은 책.

 

철학 교양서 + 자기계발서 성격이 있는 책이다.

 


 

얼마 전 교보문고에 놀러갔다가 처음 접했던 책.

 

내용을 살짝 보니 자기계발 색이 너무 강한 것 같아 그냥 패스했던 책이었다. 그러다 최근에 많은 분들이 후기를 올리시기에 덩달아 따라 읽음.

 

방대한 니체의 사상을 300여 페이지에 압축적으로 정리해 놓았다. 쉬운 설명과 함께 우리의 일상에 잘 버무려 놓아 비교적 쉽게 니체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니체의 철학에 대해서 실용적 관점으로 접근하다 보니 학문적인 내용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교양서로 좋은 선택이었음.


책 제목에 '마흔'이라는 나이가 들어가 있지만, 그렇다고 꼭 중년만 읽을 건 아닌 듯.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계속 가기에는 뭔가 불만족스럽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는 불안한 '마흔'이라는 나이가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는 갈등에 놓인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책이다.

 

책의 부재처럼 '지금 이 순간'을 보다 알차고 후회 없이 살아갈 필요를 느낀다면 읽어 볼만한 책이다. 하루하루를 관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생각한다면 일독 추천.


개인적으로는 니체의 '운명애'와 '영원회귀'에 대해 좀 더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된 책이었다.

 

운명애가 살짝 헷갈리는 게, 내 인생이 정해져 있고 그것을 영원히 반복한다면 왜 지금을 소중히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초인'적인 관점에서야 당연하겠지만, 난 초인이 아니니깐;;

 

만약 내 현생이 전생과 동일하게 반복된다면, 지금 뭔 짓을 한다고 해도 내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열심히 무언가를 해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산다고 하여도 그것이 내 운명을 극복한 것도 아니요, 쾌락에만 집중하다 마약과 욕정에 사로 잡힌 삶을 산다고 하여도 어차피 그리될 일이었기 때문에 딱히 반성이 필요한 삶도 아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은 것... '초인'이라는 존재는 무언가 추상적이고 초월적 존재는 아니라는 점이다. 심지어 주변에서 접할 수도 있는 존재다.


예전에 올렸던 후기 중에 이국종 교수님의 골든아워가 있다. 당시에 내가 썼던 후기에 이런 내용이 있다.

 

··· 책 초반에 어느 젊은 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군대까지 다녀와서 취업을 준비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청년이 사고를 당하게 되어 인공항문을 착용하고 다리마저 잃게 된다. 그 젊고 아름다운 나이에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었지만 그 청년은 다시 일어난다. 사고로 잃게 된 것에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기에 얻을 수 있는 것들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본인이 왜 태어났는지, 왜 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잃은 것에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에 집중했던 책 속의 청년과 같이, 왜 중증외상분야를 위해 이토록 애 쓰는지 모르면서도 끝끝내 다시 한번 버텨내는 저자의 의지가 진한 향기로 다가오는 책이다···

 

니체가 말한 초인적 삶, 운명애가 이런 것 아닌가 생각된다. 내가 왜 태어난 것인지, 나의 과거와 현실이 어떤한지, 내 미래가 무엇인지 따위를 놓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 있다는 것에 집중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삶 말이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에 따르면 미래도 바꿀 수 없다. 그저 현실 그 자체에 충실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이미 패배했던 시합에 대한 자기비하와 다음 시합을 걱정해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선수들에게 우리는 감동한다. 우리의 삶 역시 그렇다. 바꿀 수 없는 과거와 알 수 없는 미래에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저 지금에 집중하면 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에 불안해하지 않고 지금을 즐기면 된다. 이 순간이 영원히 반복된다고 하여도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이다.

 


 

언젠가부터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표현이 자주 보인다. 재미있는 표현이긴 한데 그냥 '어제까진 망했다' 정도로 순화해서 표현해 주는 것은 어떨까 싶다.

 

어제까진 망했고 언제 또 망할지 모르지만, 최소한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영원히 반복돼도 다시 한번!'을 외칠 수 있는 삶이 되기를, 본인의 삶에 스스로가 감동받는 순간을 살아갈 수 있기를...(feat 산왕전 강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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