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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역사

[책리뷰] 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 - 방성혜

by 세발너구리 2023. 4. 13.

현직 한의사가 조선시대 종기 치료에 관한 기록을 둘러보고, 현재의 관점에서 해석을 덧붙인 책.


 

역사책을 보다 보면 조선의 왕들이 종기로 고생했다는 내용을 종종 접한다. 실제로 27명의 왕들 중 12명이 종기로 홍역을 치렀다고 한다.

 

당대 최상의 시설에서 최고의 의료진들에게 보호받던 왕들이 어찌해서 단순한 종기로 고생을 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조선시대에는 붓고 염증이 생기고 고름이 나오는 모든 병을 종기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또한 신체 내부에 발생하는 것도 염증과 고름을 동반하면 죄다 종기로 취급했다.

 

지루성 피부염이 심해져도 종기, 잇몸이 부어도 종기, 피부암에 걸려도 종기, 맹장이 곪아도 종기다... 상황이 이러했으니 특별한 대우를 받는 왕들이라 하여도 "종기"를 피해 가기 어려웠던 것이다.


한편, 종기를 치료하는 방법도 흥미롭다.

 

많은 부분이 한의학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와 유사하다. 약을 내/외복하고, 뜸으로 열치료를 하고, 침으로 환부를 자극하여 회복을 활성화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몇 가지 흥미로운 점들이 있다.

 

약은 여러 약재를 이용하여 천연 항생제, 유산균, 살균제 등을 만든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동식물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막(≒독)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탕약은 이들을 정제하고 중화하여 사람에게 투약할 수 있게 만든 것이라 하면 틀리지 않을 듯. 즉, 부자와 같이 사약에 사용되던 식물이나 두꺼비가 내뿜는 독액을 활용하여 탕약, 연고 등을 만들었던 것.

하지만 당시에는 약물의 순도나 알레르기 같은 것들의 정밀한 확인이 불가했을테니, 잘못 쓰면....

 

침의 경우에는 요즘 우리가 접하는 침과는 다른 침들이 많았다.

피침이라하여 현대 의학에서 수술할 때 사용하는 메스와 거의 동일한 형태의 침도 있었는데, 조선 의사들은 피침을 이용하여 환부를 절개하여 종기를 제거하기도 하였다. 실질적으로 외과 수술을 시행한 것이었다.

 

본 책은 이러한 내용들을 사례별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에 와서 종기가 상당수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생활 및 위생환경이 엄청나게 개선되었다는 점과 눈부신 의료기술의 발달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을 추가적으로 지적하는데, 바로 그것은 우리의 먹거리다.

우리가 먹는 고기류는 대부분 식용을 위해 길러진 가축들인데, 이들은 살아생전에 엄청난 양의 항생제를 먹으며 키워지게 된다. 따라서, 이들을 도축한 후에 우리가 먹는 고기에도 상당량의 항생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이런 이유로, 항생제 과용이 어느정도 억제된 지금에도 우리는 간접적으로 항생제에 노출되어 있고, 결국 신체 내/외부에 염증이 생기려다가도 항생제의 작용으로 종기까지는 발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떠한 형태로든 체내에 유입된 항생제들은 신체 균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질환들이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것이 암과 아토피라는 것.

 

음... 틀리다는 생각은 안들지만, 너무 일반화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암은 노화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질병으로 보는 견해와 아토피는 여러 가지 원인이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 자꾸 생각나서 그렇다)


 

최근에 뭔가 정신이 없고 게을러져서... 이런 저런 핑계로 책을 잘 안 읽는다.

책을 안 보는 것도 탄력이 붙는 듯 싶어 예전에 점찍어 둔 책을 선정했는데, 역시.... 역사는 재미있다.

 

조선시대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책.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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