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살인마'의 저자 데이비드 버스의 또 다른 책. 제목 그대로 진화심리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심리가 진화에 기반하여 만들어졌다'는 이론을 말한다. 진화 자체가 생존과 번식에 초점을 두고 있는 관계로, 진화심리학에서 다루는 내용들 역시 생존과 번식에 대한 것이 많다.
인간은 왜 이성의 특정 육체적 요소에서 매력을 느낄까? 인간은 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에게 굴복하는 것일까? 많은 문화권에서 남자들이 지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배우자를 두고 다른 이성과 잠자리를 갖는 이유는?
진화심리학의 답은 간단하다.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화 과정이 인간에게 이러한 심리 상태를 선사한 것이다.
책에서 다루는 몇 가지 영역을 요약해 본다.
인류는 아주 먼 옛날부터 뱀이나 독충들로 인해 치명적인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었다. 이런 환경에서 인류는 뱀 등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을 테고, 거듭된 진화를 통해 뱀에 물린 경험이 없어도 뱀을 두려워하는 심리 상태가 완성된 것이다.
이제는 뱀 보다는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비율이 훨씬 높을 것이다. 하지만, 교통수단은 최근에 출현했기 때문에 인간들이 자동차 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심리 상태가 구축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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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과 생존의 문제는 이성을 선택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친다.
남자들은 여성을 통해 본인의 유전자를 남긴다. 따라서 생식능력이 뛰어난 여성을 특징짓는 요소에 집중하게 되었고, 그러한 요소들이 신체적 매력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예를 들면 허리 대 골반의 비율이 낮은 체형).
반면 여성들은 임신과 육아 중 안정적인 식량 공급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길 원한다. 이런 이유로 여성들은 식량 확보 능력과 위협에 맞설 능력이 뛰어난 남성을 원한다. 즉,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많은 사람, 신체적으로 뛰어난 사람(허리 대비 어깨의 비율이 높은 체형)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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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가 부성애보다 더 강하다는 인식 역시 '내 유전자의 유지'와 연관이 있다.
여성은 출산을 통해 자녀가 나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내 뱃속에서 나왔으니 내 자식이 확실한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 자녀가 나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것이 내 자식이라는 것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혹시 모를 부정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위와 같은 가능성들이 여성과 남성에게 육아를 다르게 바라보는 심리 상태를 가져옴과 동시에 남성들이 본인의 배우자 이외의 이성에게 성적 관심을 갖는 이유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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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는 자녀, 손자 등에 대하여 높은 애정을 갖고 있고, 그들을 위해 나를 희생한다. 나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하는 통로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 유전자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경우도 많지만, 이것은 '내가 안 좋은 상황에 처했을 때 지원받기 위한 계책'이다.
이타적인 행동 역시 생존과 연관되어 있다고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고, 번식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심리적 요인들을 다양하게 다룬다.
번식과 관련된 내용 및 남성과 여성의 다양한 차이가 주된 내용이지만, 기름진 음식에 대한 선호, 다른 조부모보다 외할머니가 손자들에 대하여 더 애정을 갖는 이유, 인간이 사물을 이해하는 방식 등 역시 진화심리학에 포섭된다.
문제는, 현재의 감성에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잠자리를 갖는 것은 본인의 유전자를 최대한 퍼트리기 위한 진화 압력 때문이다', '여성들이 육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자녀가 본인의 친자식이 확실하기 때문이다'와 같은 설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는 거부되는 사회적 관행에 대하여 '인간은 원래 그렇게 진화되어 왔어'라는 답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은 현상에 대한 해석을 하는 것이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침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다. 게다가 진화심리학 자체가 등장한 지 얼마 안 된 분야라는 것 역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전공자가 아니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듯싶다. 뭐... 그렇기엔 두께가 제법 되긴 하지만... 어쨌든 난 다 읽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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