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읽은 책/소설

[책요약] 비둘기 - 파트리크 쥐스킨트

by 세발너구리 2022. 8. 24.

대학교 때 무조건 한 달에 1권씩 책을 사야 하는 북클럽에 가입한 적이 있었다. 그때 구매한 책 중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가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쥐스킨트의 글에 완전히 매료되어 그의 소설을 전부 읽었던 기억이 있다.

'비둘기'는 당시 읽었던 쥐스킨트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이유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내일 자살해야지.'라는 대사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

아무튼.. 명절을 맞이하여 책장에 있던 옛책이 눈에 띄어 다시 읽게 됐다.


'비둘기'는 철저하게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부모와 배우자에게 버림 받았다는 기억 덕분에 삶을 타인과 단절시킨 채 본인만의 완벽한 세상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주인공은, 아침 출근길에 비둘기를 마주한 이후 자신만의 평화로웠던 세계가 완전히 파괴되는 걸 느낀다.

이후, 은행의 경비원인 주인공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은행장의 출근에 맞춰 문을 열어주는 의전(?) 행사의 타이밍도 놓치고 바지도 찢어지고.. 이런저런 이벤트로 자살을 결심한다. ('뭐.. 이런 걸로 자살을..'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책을 읽어 보면 주인공의 처지가 이해된다. 느낌 전달이 잘 안되는 이유는 나의 필력 부족 + 저자의 뛰어난 심리묘사 때문)

근처 호텔에서 밤을 보낸 주인공은 밤 사이 내린 비로 적셔진 거리를 걸어가며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는다. 그리고 어느덧 도착한 자신의 방 앞에서 비둘기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보게 되면서 소설이 마무리된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소외되고 고립된 사람들의 감정 표현과 그들만이 세계가 깨졌을 때의 혼란스러움, 그리고 내면의 붕괴를 회복시키는 것 역시 일상 속에 있다'... 뭐 이런 느낌이었는데, 다시 읽으니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주인공은 반복적인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에게는 하찮아 보이는 것을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집착하는 것, 누군가에게는 고작 비둘기 한 마리에 불과한 것에 무너지는 모습, 이유가 뭐가 되었든, 본인의 세계가 파괴되었음에도 그로 인하여 은행장을 위해 문을 열어주는 의례를 망친 것에 좌절감을 느끼는 장면은 주변에서 흔히 듣고 보는 일들과 너무나도 잘 겹친다.

그리고 밤새 내린 빗물을 어린아이처럼 밟고 다니며 다시금 새롭게 되살아 나는 기분.. 그것도 너무 일상적이다.

막상 어떤 사태가 눈 앞에 있을 때는 전부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지만, 훗날 돌이켜 보면 '왜 그리 유난을 떨었는지'하고 이불 킥 날리는 내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그게 삶인데 어쩌겠는가.. 계속해서 조금씩이라도 성장해 가야지..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