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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소설

[책요약] 콘트라베이스 - 파트리크 쥐스킨트

by 세발너구리 2022. 8. 26.

내친김에 다시 읽은 쥐스킨트의 단편작 두 번째 '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우리나라에 알린 작품은 '향수' 혹은 '좀머씨 이야기' 정도이지만, 세상에 그를 알린 작품은 '콘트라베이스'라고 한다.

이 작품은 모노 드라마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독백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이 자신의 악기인 콘트라베이스에 빗대어 본인의 삶을 설명하는 것이 책의 내용.


이야기의 시작은 음악 내에서 콘트라베이스가 가지고 있는 역할에 대한 설명이다. 교향단 전체의 음악을 받들고 있는 제일 낮은 저음을 담당하는 이 악기는 사람들에게 존재감이 없지만, 만약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음악 전체가 중심을 잃게 된다는 것.

하지만 곧이어 주인공의 말은 하소연으로 이어진다.

우리들의 인생과 너무 닮은 교향단 내에서 콘트라베이스가 차지하고 있는 지위는 사실상 제일 낮다. 그리고 존재감 역시 없다.

콘트라베이스의 연주자들은 최선을 다해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지만, 이는 부질없는 짓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짝사랑하는 소프라노 가수에게조차 감정을 전달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존재감은 형편없다.

연주가 끝나면 모든 단원들은 일어나서 청중들의 박수와 환호에 감사한다. 하지만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 그 악기의 거대함 덕분에 자리에서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있을 연주를 위해 자리를 떠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처음 이 책을 읽었던 20대 초반에는 존재감 없는 자의 짝사랑이 책을 읽는 내내 눈에 밟혔었다. 하지만, 다시 읽고 보니... 누구나 지휘자 또는 제1바이올린이 되길 원하지만 실상은 콘트라베이스에 불과한 우리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구나 싶다.

20대 초반에야 감수성은 넘쳐나지만 이를 희석시킬 경험의 그릇이 너무 좁기에 그랬을 것이고, 지금은... 뭐... 그냥 좀 더 늙었지 뭐... ㅡ,.ㅡ

암튼, 어디 구석탱이에서 이상한 소재를 끌고 와서 참 잘도 글을 지었다... 정말 잘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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