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읽은 책/인문교양

[책리뷰]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채사장

by 세발너구리 2022. 9. 16.

채사장 읽기 미션 네 번째.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채사장 책 중 가장 좋았다.

 


 

책의 핵심은 "관계" 이다. 목차 순으로 나와 "타인", "세계", "도구", "의미" (꿈, 늙음, 죽음 등) 사이의 관계를 수필 + 저자의 생각 + 짧은 이야기를 엮어서 구성했다.

 

기억에 남는 글을 옮겨 적어 본다. ('도구'편 중 '언어에 대하여 4 - 타인의 말'에 나오는 내용)

바다로 가려는 청년이 있었다. 사막의 마을에서 자란 그는 세상의 끝에 있다는 물로 가득한 세상을 보기 위해 큰 다짐을 하고 마을을 떠난 터였다. 무성한 소문과 불확실한 안내를 따라 이름 없는 마을에 도착한 그는 바다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는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곳에 가보았느냐는 물음에 아이는 그러하다고 답했다. 청년의 얼굴에 기쁨이 어렸다. 하지만 그때 우연히 그 옆을 지나며 이들의 대화를 듣게 된 중년의 소몰이꾼이 가던 길을 멈추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지혜롭게 충고해주었다. 어린애의 말을 믿고 수고로움을 감수하려 하는가?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면 되는 것을. 그 말을 들은 청년은 소몰이꾼에게 간청했다. 이 마을에서 가장 믿을 만한 분을 알려주십시오. 소몰이꾼은 그를 마을에서 가장 존경받는 성공한 장사꾼에게 데려다주었다.

궁궐 같은 집안으로 들어서자 청년은 마음을 빼앗겼다. 그전까지 이토록 진귀한 보석들과 아름다운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품위와 연륜이 묻어나는 장사꾼이 반갑게 그를 맞았다. 먼 곳에서 찾아온 손님이여,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청년은 그의 대접에 감사를 표하며 바다로 가는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장사꾼이 물었다. 왜 바다가 보고 싶습니까? 청년은 대답하기 어려웠다. 다만 바다가 보고 싶었을 뿐, 왜 바다가 보고 싶은지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년이 우물쭈물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장사꾼이 입을 열었다. 사람에게는 바다가 아니라 거대한 목표가 필요합니다. 특히 가능성이 충분한 당신 같은 청년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내가 특별히 바다로 가는 길이 아니라 성공으로 가는 길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내가 어떻게 부를 쌓았고 어떻게 사람들의 존경을 얻었는지 당신은 알고 싶지 않으십니까? 청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빛나는 보물들과 아름다운 사람들. 청년은 다짐한 듯 대답했다. 저에게도 그 길을 알려 주십시오.

이후로 청년은 장사꾼의 곁에서 가르침을 받았다. 그가 알려주는 대로 장사를 하고 사람을 대하고 공직을 수행하고 후진 양성에 힘썼다. 결국 청년이 성공한 장사꾼의 나이가 되었을 때, 그는 장사꾼보다 더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고 평온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행복하게 끝 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청년이 그렇게도 보고 싶어 했던 바다를 보지 못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아래와 같이 다시 쓴 결론을 제시한다.

바다로 가고자 하는 청년은 무성한 소문과 불확실한 안내를 따라 이름없는 마을에 도착했다. 그는 바다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는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곳에 가보았느냐는 물음에 아이는 그러하다고 답했다. 청년의 얼굴에 기쁨이 어렸다. 하지만 그때 우연히 그 옆을 지나던 중년의 소몰이꾼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지혜롭게 충고해주 었다. 어린애의 말을 믿고 수고로움을 감수하는가?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면 되는 것을. 그 말을 들은 청년은 소몰이꾼의 충고에 감사함을 전했다.

하지만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소몰이꾼에게 청하지 않았다. 대신 청년은 아이에게 부탁했다. 나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는 길, 가치 있는 사용 사람이 되는 길, 성공한 사람이 되는 길이 아니라 네가 알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길로 안내해다오.

 


 

첫 직장에서 실장님께서 나에게 물었다. "돈, 명예, 권력 중에 무엇을 갖고 싶나?" 나는 대답했다. "명예입니다." 실장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가난한 명예는 비루하고, 자본이 없는 권력은 부패한다."

 

아직 20대의 젊은 나였지만 꽤나 깊은 잔상을 남긴 말이었다. 그 때문이었는지 언제나 경제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고는 했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나만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완전히 자유롭게 꿈을 찾아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