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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소설

[책요약] 이반 일리치의 죽음 外 - 레프 톨스토이

by 세발너구리 2022. 9. 25.

톨스토이의 단편집으로 "이반 일리치의 죽음", "세 죽음", "습격" 등 3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나름 사회적으로 잘 나가던 판사인 이반 일리치가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과정을 착실하게 따라갔고, 사회가 용인하는 선 안에서만 살아왔던 주인공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과거의 삶을 돌아보며 후회하는 심리적 묘사가 매우 탁월하게 그려져 있다.

 

"결국은 죽음을 향해 열심히 달려온 것이나 마찬가지인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순간, 그 때는 기쁨으로 여겨졌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그의 눈앞에서 허망하게 녹아내리면서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것으로, 더러는 구역질 나도록 추한 것으로 변해 버렸다"라는 책 속의 한 구절이 소설 전반을 표현해 주는 듯

 

....

 

"세 죽음"은 귀족 부인, 늙은 마부, 나무가 죽어가는 과정을 묘사한 단편이다.

 

귀족 부인은 본인의 죽음을 최대한 부정하며 자신의 병이 나아지지 않는 것을 남편의 탓으로 돌리는 태도를 보여준다.

늙은 마부는, 죽음 그 자체는 받아 들이면서 다른 이에게 자신의 장화를 주는 대신 비석을 세워 줄 것을 요청한 후 얼마 후에 세상을 뜬다.

나무는 도끼질을 당하다가 쓰러지며 명을 다 한다. 그 마지막을 꽤나 장엄하게 묘사했다.

 

아마도 톨스토이는 죽음을 맞이하는 3가지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려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마지막으로 "습격"은 화자의 시선을 통해 전쟁의 참상과 진정한 용기에 대하여 적고 있다.

 

"용기란 마땅히 해야할 바를 하는 것"이라는 대사를 전달하기 위해 소설을 쓴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해당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다른 두 작품도 대단하지만, 특히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진정 대단하다.

 

소설의 제목에서부터 우리는 주인공이 죽을 것임을 알 수 있고, 책의 시작 역시 주인공의 장례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그가 결국 죽을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든 살아나서 새로운 삶을 살 것인가를 추리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이야기의 전개 역시 특별하지 않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시작하여 뒤로 갈수록 병세가 악화되고, 죽음을 부정하다 마지막에는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다. 흡입력과 속도감 또한 엄청나다. 전혀 지루하다거나 늘어진다는 느낌이 없다.

톨스토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역시 명확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독자들 스스로가 고민할 수 있는 사고의 여백을 충분히 제공한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영화제목을 '범인은 절름발이'라고 정하고도 영화의 재미를 그대로 살린 격이라고 한다면 나름 저렴한 비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에서 러시아 문학에 대한 짧은 느낌을 전달받은 후 기회가 될 때마다 한 번씩 읽고 있다.

 

러시아 문학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유명한 작품 위주로 읽고 있는데, 현재 기준으로 이 중 최고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인 듯하다.

 

완전 강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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