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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수필, 에세이

[책리뷰] 고수의 생각법 - 조훈현

by 세발너구리 2022. 8. 16.

나는 바둑을 전혀 모른다. 하지만 '조훈현'이라는 사람에 대하여는 두 가지 기억이 있다.
첫 번째는 '담배'이다. 길쭉한 '장미'담배를 대국 내내 피워대던 모습이 어찌나 인상적이었던지, 아직도 나에게 '조훈현=담배'라는 공식이 남아있다.
두 번째는 '비운의 스승이다'이다. 바둑을 몰랐던 나도 조훈현이 자신의 제자 이창호에게 연달아 모든 타이틀을 빼앗겼다는 신문 기사를 접했었던 것이다.
며칠 전 읽을 거리를 찾아 서울시교육청 전자도서관을 뒤지던 틈에 갑자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조훈현이 담배를 끊었었나'라는 생각과 함께 대출신청을 했다.
독서 후기는.. 강추다. 완전 강추.
나는 '패자에 대한 위로와 격려보다 승자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훨씬 좋다'라고 배웠고, 그게 옳다고 믿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말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문장의 취지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그냥 문장 자체가 틀렸다.
살아오면서 기억에 남을만한 성공을 해본 적은 없었었도,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실패는 참 많이 해 봤다. 하지만, 아무도 위로하거나 격려하지 않는다. 패자에게 남는 건 (위로와 격려가 아닌) 그냥 비난과 무시뿐이라는 걸 몸으로 체득했다.
그래서인지 매번 실패할때마다, 스스로가 봐도 과민할 정도의, 방어기작이 발휘된다.

그런데 조훈현의 경우는 뭔가 좀 다른 것 같다. 제자에게 모든 타이틀을 빼앗겼다는.. 나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시련을 초연하게 버텨낸다. 그래인지 다시 재기에 성공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책에 나온 문구와 같은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는 것을 글자 그대로 실천했던 것이다.
결국, 실패라는 놈에게 여기 저기 얻어터졌어도 두 눈 크게 뜨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만이 진정 '고수'라 칭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듯하다.
나도 빨리 훌륭한 어른이 돼야 할 텐데.. 몸만 늙어가는 듯.. 젠장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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