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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수필, 에세이

[책요약] 코끼리를 쏘다 - 조지 오웰

by 세발너구리 2022. 8. 18.

1984로 유명한 조지 오웰의 산문집.

"너무나 즐겁던 시절", "코끼리를 쏘다", "나는 왜 쓰는가", "책방의 추억", "어느 서평가의 고백", "사회주의자는 행복할 수 있을까", "영국적 살인의 쇠퇴"와 같은 7편의 글이 실려있고, 이 중 3편이 특히 인상에 남는다.




(1)

책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너무나 즐겁던 시절"은 오웰의 예비학교(우리나라의 초등학교 정도인 듯) 시기 이야기이다. 제법 부유한 아이들과 평범한 아이들 사이에서 가난한 장학생으로 보낸 오웰의 예비학교 기숙사 생활은 한마디로 암울했다.

자아에 대한 인식 자체도 명확하지 않던 어린 시절, 존재감에 앞서 차별에 대한 인식을 먼저 하게 된 이 당시의 경험이 1984 같은 책을 쓰게 만든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였을 듯.


(2)

"코끼리를 쏘다"는 오웰이 영국 식민지였던 버마에서 경찰관 생활을 했을 때 있었던 사건을 쓴 글이다.

어느 날 코끼리 한 마리가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오웰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소총을 준비한다. 이미 현지인 한 명을 죽이기까지 한 코끼리이지만, 막상 오웰이 코끼리를 찾았을 때는 안정을 찾고 풀을 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영국인이 코끼리를 죽이는 모습을, 그리고 코끼리 고기를 차지하기 위해 온 현지인들의 소리 없는 압박에 의해 결국 코끼리를 사살하게 된다.

오웰이 코끼리를 사살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그저 식민지 사람들 앞에서 바보같은 모습을 보이기 싫었을 뿐.
우리가 스스로의 작은 체면을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을 궁지에 몰아 넣는 일을 "코끼리를 쏘다"를 통해 제삼자의 시각으로 보게 된다. 참 부끄럽고 잔인한 행동이다.


(3)

"사회주의자는 행복할 수 있을까"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사회주의의 진정한 목표는 인류애'라는 것인데, 정작 내가 읽으면서 집중한 부분은 '행복'에 대한 정의다.

힘든 하루를 보낸 후 평온한 밤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이, 행복은 결국 "대비"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에 크게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 '절대적 행복'이라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절망적인 상상은 너무나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만들어 낼 수 있지만, 행복에 대한 상상은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오웰의 글은 잔인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매력적이다.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나와 유사한 행동을 제3자적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때 오웰의 글은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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