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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기타

[책리뷰] 기생충 제국 - 칼 짐머

by 세발너구리 2022. 8. 26.

꽤 오래전에 서민 교수가 쓴 기생충에 관련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기생충에 대하여 말 그대로 아무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았었는데 책을 읽고 난 후에 기생충이라는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생명체에 얹혀사는 주제에 숙주를 조정하기까지 하는 기생충이라는 생명체에 대하여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기생충과 관련된 좀 더 전문적인 책을 찾은 결과, 이름도 멋있는 책 '기생충 제국'을 알게 되었다.



저자 , '칼 짐머'는 과학과 관련되어 상당히 유명한 작가인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교양서적을 써 낸 경험 덕분인지 어렵지 않은 문장을 만들어 내지만, 주제가 주제인 만큼 소설처럼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또한 다양한 기생충을 나열/설명하고 있는 관계로 모든 내용을 집중해 가며 읽기도 쉽지는 않다.

책은 기생충이 다른 생명체에게 기생하는 방식과 이에 대한 숙주의 저항 및 면역체계의 반응, 기생충이 끼치는 위해 등에 대한 설명과 기생충이 생태계 내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의견을 담고 있다.

면역 (혹은 생태계에서의 역할) 관련 재미있는 사례 중 하나로, 최근 많이 알려진 크론병을 들 수 있다. 크론병은 위나 대장과 같은 위장기관 전체에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인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치료방법 역시 대증적인 수준인 것으로 보이며, 증상이 심한 환자는 경우에 따라 대장 등의 일부를 들어내는 수술을 하기도 하는 것 같다.


저자는 크론병의 원인이 인간의 몸 안에서 기생충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인류는 매우 오랜 기간 동안 기생충과 공생하며 살아왔고, 우리의 면역체계 역시 기생충을 감안하여 진화해 왔을 것인데, 어느 순간 우리 몸 안에서 기생충이 모두 사라지자 면역체계들이 작은 자극에도 반응하여 자신의 몸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크론병의 경우에는 기생충 감염도가 높은 집단에서는 발생률이 굉장히 낮은 질병이며, 크론병 환자 9명을 대상으로 기생충을 활용한 치료를 진행한 결과 8명이 완치 수준까지 호전되었다는 사례를 안내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기생충들이 진화과정에 미친 영향에 대한 의견을 펼치는데, 내 입장에서는 다소 과하지 않은가 싶은 부분도 있다(대표적으로, 무성생식에서 유성생식으로의 전환 과정에도 기생충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는 의견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생명체에 얹혀사는 생물을 일컬어 우리는 기생충이라고 하는데, 그 단어 안에는 알게 모르게 부정적인 인식이 숨어있다. 한편 '기생'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면을 걷어내면 '공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기생'과 '공생'이 명확하게 양분될 수 있는 개념인지 확신할 수 없다. 정도야 어찌되었든 우리의 진화과정에 기생충이 공헌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어차피 진화는 생존을 위한 투쟁의 산물일 텐데, 기생충과의 싸움을 이 범주에서 제외할 이유는 없을 듯).

그렇다면... 과거부터 지금까지 기생충과 인간을 포함한 숙주생물들이 이렇게까지 번성하고 있는 현실과 이런 균형관계가 깨질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모두 고려해 본다면, '기생'이라는 단어가 일방만 득을 보고 다른 일방은 해만 입는 그런 개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즉, 공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에... 거의 모든 경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우리가 끔찍하게 생각하는 기생충 역시 균형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냥 미워할 대상은 아닌 듯.

그러니 모두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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