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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역사

[책요약] 상속의 역사 - 백승종

by 세발너구리 2022. 8. 28.

자주 애용하는 전자 도서관을 기웃거리다 '상속의 역사'라는 책을 발견했다. 그리고 '상속'이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그래도 꼴에 법학 전공했다고 '상속'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었나 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 책은 '역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대와 문화, 그리고 신분과 재산의 대물림이라는 인류 역사적 숙제에 대한 내용이다.

책의 내용은 첫인상과 달랐지만 재미있다. 추천하고 싶음.


인류 역사상 최고의 갈등원인을 꼽자면 당연히 '돈'과 '권력'일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만나 탄생한 것이 '신분'이라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윽고, 어느 순간에선가부터 이 좋은 것들은 부모에서 자식으로 대물림되기 시작했고, 우리는 이를 일컬어 '상속'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돈, 권력, 신분은 무한하지 않다. 자식들에게 균등하게 나눠주면 아무리 많은 돈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경제력의 축소는 권력과 신분의 약화로 이어졌을 것.

이런 관계로 상속이라는 개념은 각 지역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했다.

'상속의 역사'는 이런 다양한 상속문화를 폭넓게 안내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서양의 특이한 상속 문화와 부의 분산을 막기 위한 유별난 혼인제도 등을 소개한다. 그리고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당시의 여러 문화들 역시 상속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을 한다.

한 가지 예로 조선의 서얼 제도를 들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형제가 많을 경우 형제 중 일부가 출가를 했다고 한다. 불교에 귀의한 사람은 상속에서 배제되고 덕분에 부의 분산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조선이 건국이념으로 유교를 받아들인 후 불교에 귀의하는 건 사회적 이념에 반하게 된다. 이런 관계로... 고려시대에는 없던 새로운 문화가 생기게 된다. 바로 적자에게만 부와 권력, 그리고 신분을 물려주고 서자와 얼자는 홍길동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참 합리적이다 ㅡ,.ㅡ
어찌 되었든 이런 방식으로 상속은 가문과 같은 특정 집단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계속 유지하게 만들어줬다.

물론, 이런 현상이 꼭 귀족들에게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지역에 따라 결혼제도를 바꾸기도 했는데, 티베트와 인도 일부 지역에서는 형제일처혼이라는 혼인문화를 갖고 있다. 이름 그대로 형제가 한 명의 부인과 혼인하는 것이다. 딱 듣기에도 징그럽긴한데, 따지고 보면 부의 분산도 막을 수 있고, 육아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 거기다가 감정상 유사한 근친혼과 같은 생물학적 부작용도 없다. 참 합리적이다;;;

암튼, 이런 사례들을 종합해서 살펴보면 상속의 방식은 결국 '생존'을 위해 변화해 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상당히 설득력 있다. 개인적으로는 맞는 주장이라 생각함.


지금도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쉽게 부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상속이다. 하지만 모든 자식들에게 균등하게 재산을 분배하면 어느 순간 모두 망하는 모습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마치 동물들이 약한 새끼들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 것처럼 상속도 불평등하게 발전해 왔다.

그런데 왜 지금은 많은 나라가 균등상속제를 채택한 것일까? 이유는 바로, 비록 불완전하나마, 여러가지 사회적 보장제도가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국가 혹은 집단의 경제력 역시 무한하지는 않다. 그런 이유로 개인의 부를 사회에 분배하는 방식을 만들어 나가게 되고, 그 대표적인 방식이 바로 세금이다. 어마무시한 상속세에도 당근 이런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

다소 비약이 있다 볼 수 있겠지만, 이런 논리로 보면 세금은 일종의 사회적 상속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위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상속은 노년의 부모가 자녀의 양육을 요구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세금은 우리가 사회에게 부양을 강제하는 무기라고 볼 여지도 있을 듯하다.

그러니까.. 세금 잘 내자는 결론으로 귀결되네... 뭐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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