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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역사

[책요약] 신사와 선비 - 백승종

by 세발너구리 2022. 8. 30.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발견한 책. 제목에서 상당한 흥미를 느껴 읽어봤다. 재미있음
 


 
우리나라, 특히 조선의 지배계층을 아우르는 말 중에 하나로 '선비'라는 단어가 있다. 꽤나 멋들어진 단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에는 '선비질'이라는 단어가 사용될 만큼 뭔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듯하다. 반면, 서구사회는 '신사'라는 단어가 있다. 좀 옛 단어 같은 느낌이 있지만, 선비와는 다르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이 책은 각 지역과 시대의 지배층 역할을 해 왔던 신사와 선비들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그들의 이념 등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신사는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기원한다.

영국은 다른 유럽국가와는 다르게 오직 장남만이 귀족의 작위와 신분 등을 세습했다고 한다. 그 결과 차남 이하는 귀족적인 대우는 받았지만 엄격히 말해 귀족이 아니게 되었는데.. 이들을 일컬어 젠트리라고 부르게 되며, 이는 신사의 어원이 된다.

 
젠트리는 귀족은 아니지만, 귀족 아버지 밑에서 상당한 고급 교육을 받았을 테고, 귀족적인 생활습관을 몸에 익히게 되었을 것이다. 당연히 출가 후에도 그들의 기품과 지식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니.. 비귀족층이 똑똑해지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높은 교육 수준과 산업혁명 등을 발판으로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되는데.. 옛 귀족들의 정신적 사상인 기사도가 그대로 녹아들어 신사도라는 컨버전 개념이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이후 신사도는 스포츠맨십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지금도 좋은 의미를 유지하고 있다. 힘만 믿고 양아치짓 하던 것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사도의 놀라운 발전이다.
 

* 유럽의 대귀족 밑에 있는 영주계층들로 준남작, 기사, 향사, 신사가 있는데, 신사는 귀족 작위도 아니면서 항상 언급되는 것을 보면 그들의 혈통과 사회적 지위가 나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선비는... 안타깝게도 '망국'이라는 비극을 거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된다.
조선 특유의 세련된 정치체계의 기반이 선비정신일텐데, 그들의 나라를 지키는 것에는 실패한다. 철학사상을 기반으로 세워진 나라가 조선이고 정치가와 철학자가 일치하는, 어찌 보면 이상적인 정치체계를 갖춘 나라지만 무자비한 총칼 앞에 이상적인 사상은 방패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상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점점 희미해져 갔을 것이고, 선비정신에 기반하지 않은 이들이 사회적 지배층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더더욱 의미를 잃어간 듯싶다.
 


 
책에서도 나와 있지만, 성리학에 기반한 선비정신은 단순히 사대부들만의 유물은 아니었다. 조선 사회 전체를 지배했던 윤리규범이었고, 지금도 미약하게나마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문제는 우리 손으로 직접 독립을 쟁취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애매했던 시대적 상황과 독립 이후 기득권을 취한 세력이 기존의 선비정신을 알게 모르게 밀어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배계층의 부패야 어느 곳에나 존재했을 것인데, 신사도는 지금도 스포츠맨십으로 다시 한번 추앙받는 정신으로 이어져 오고, 선비정신은 그 맥만을 간신히 유지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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