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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인문교양

믿습니까? 믿습니다! - 오후

by 세발너구리 2022. 9. 3.

얼마 전에 많은 분들의 인스타에 등장했던 책인데, 제목이 참신하여 읽을거리 목록에 올려뒀다 이제야 다 읽음.

 


 

일단, 난 종교가 없다. 하지만 중,고등학교를 미션스쿨을 나오고, 이것 저것 주워들은 게 있는 덕에 종교 자체에 대하여 완전 무지하지는 않다(오해를 줄이기 위해 확실히 말하자면, 잘 아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무지하지 않을 뿐이다).

 

딱 이 정도의 내 수준에 맞춰서, 누군가가 나에게 '종교와 미신을 구분할 수 있나?'고 묻는다면 답은 '못한다'이다.

종교를 폄하하는 것도 아니고 미신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한 시대에는 신의 뜻이었던 것들이 이제 와서는 단지 미신에 불과하게 평가받기도 하고, 타 종교 혹은 무신론자들이 미신이라고 확신하는 것들이 특정 종교에서는 기적으로 평가받기도 하는 게 현실인데... 내가 뭐 잘났다고 이건 종교고 이건 미신이다라고 말할 수 있냐 이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참 간명하다. 별자리, 손금, 혈액형 등에서 시작해서 종교도 미신이고 사상도 미신이다. 한 마디로 말해 '믿음'을 기반에 두고 있는 모든 것들을 미신의 범주에 몰아 넣고 있다(저자의 정확한 입장은 아니지만, 책 중간에 칼 포퍼가 말한 반증 가능성이 없는 즉, 과학이 아닌 것은 모두 미신의 범주에 넣는 듯한 문구도 있다).

 

**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해 주는 문장 하나를 소개하자면, '예술가보다 중요한 건 대중이며, 마술사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이듯이, 신보다 중요한 것은 신자이며, 점쟁이보다 중요한 것은 믿는 사람들이다'를 꼽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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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찌 되었든, 저자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미신'이라는 것이 '무지'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뭔가... 다급함, 간절함 등에서 나온 것일 뿐.

 

태어나서부터 천재 소리 듣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도 썸 타는 이성이 보내 온 문자에 이모티콘이 있냐 없냐, 문자가 마침표로 끝났냐 물결로 끝났냐는 것 가지고 온갖 심리학, 생물학, 신학.... 원자핵물리학(??)까지 다 끌어다가 해석하는 마당에,

 

과거 왕이 곧 하늘이던 절대왕정시대에 달이 태양을 가린다고 한다면... 당시 최고의 지성인들이 하늘이 열 받은 것이라 여기고 난리 피웠던 건 당연한 일이다. 밤에나 나다니는 것이 대낮에 왕의 상징인 태양을 가린다는데 그걸 '그럴 수도 있지 뭐'하고 넘어갈 수 있겠냔 말이지.. 당연하게도 무언가 이론을 만들고 체계를 정립했을 것이다. 그게 이제 와서는 점성술이니.. 뭐니 하면서 길거리 연인들의 갈등 유발 요소로 자리 잡았지만, 당시에는 엄청 심각했을 것이라는..

 

암튼, 눈 앞에 뭔가 펼쳐지기는 하지만 그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때 제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미신적인 요소에 기대게 된다.

 


 

뭐... 어찌되었든, 난 종교에 상당히 우호적이다. 역사가 말해주는 종교의 엄청난 만행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간이 이성으로 답할 수 없는 영역을 절대자의 의도에 기대어 해석한다는 점과 인간의 나약함으로 이겨낼 수 없는 것들도 신의 의지에 기대어 이겨내는 것이 인간다움의 한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로 인한 사유의 확장은 엄청난 매리트(참고로 저자는 동물도 미신을 믿는 듯한 행위를 한다고 적는다).

 

같은 논지에서 미신이라 불리는 것들도 그냥 그냥 인정하고 넘어간다. 남들이 뭘 믿든 간에 그것이 인생에 큰 힘이 된다는데 내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니니까. 다만... 너무 몰입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그 좋다는 운동도 중독되면 호르몬제 맞고 셀프 궁형에 처하는 등 별 짓을 다하게 되지 않는가 말이다.

 

적당히 균형을 유지하고 삶의 원동력 혹은 활력소가 되는 수준을 유지하는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이런 취지에서 본 책은 한쪽으로 살짝 쏠려있는 사고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혹자에게는 다소 경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내 기준에서는) 유쾌한 문체로 가볍게 문장을 이끌어 간다는 점도 이 책이 주는 즐거움 중에 하나일 것이다.

 

살포시 추천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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