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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기타

엄마도 엄마가 필요하다 - 김은정

by 세발너구리 2022. 9. 4.

치매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들에 대한 소개와 해석을 모아 놓은 책이다. 치매 전문 인터넷 신문에 연재한 칼럼들을 모아서 펴낸 책이라고 한다.

 

제목은 "엄마"를 강조하고 있지만 책에 있는 모든 문학이 엄마만을 주제로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개되는 대다수의 작품들이 치매를 앓고 있는 엄마를 주제로 하고, 저자의 작품 해석에서도 대부분의 독자들이 엄마에게 느끼는 어떤 애틋함, 따듯함, 포근함 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제목이 내용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남자인 내 입장에 국한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빠", "엄마"라는 존재에서 느껴지는 것들은 분명히 다르다.

 

"아빠"라는 존재에 대한 느낌만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드문 것 같다. 어린 시절 아빠에게 느꼈던 강인함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줄어들고, 어느덧 측은함과 유사한 감정이 자리 잡는 크기가 더 커진다. 어렸을 적에는 한 손에는 무거운 짐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나를 안고 가던 분이 아빠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무거운 짐은 항상 내 몫이어야 한다는 걸 문득 알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참 묘하다.

 

하지만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감정은 그리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무언가 난처한 일이 생기면 항상 찾는 것이 엄마이고, 언제나 그랬듯이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 준다. 아빠의 역할은 조금씩 내가 대신해가고 있지만, 엄마의 역할은 여전히 엄마의 역할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렇듯 긴 시간 앞에서도 큰 변함없는 엄마의 존재이지만, 당연하게도 엄마도 태어날 때부터 엄마인 것은 아니고,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이와 같은, 당연하지만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실을 '치매'라고 하는 매개체를 통해서 깨닫는 과정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이라는 단어에서 따스함을 느끼지는 않을 듯 하다. 사실에 가깝고 진리와 가장 유사한 지위를 누리는 개념이 과학일 텐데, 따듯한 느낌보다는 차가운 느낌이 더욱 강하다. 그리고 새로운 이론과 기술이 나타나는 순간 대중은 옛 기술을 잊는다.

 

하지만 '문학'은 좀 다르다.

많은 문학작품들이 허구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보다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것이 문학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문학에서 느끼는 인간미는 과학이 절대로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생각이 바뀌고, 유행이 변한다고 해도 기존에 문학이 가진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 책의 역시 비슷하다.

우리가 치매라는 의학적 개념에서 느껴지는 두려움을 문학을 통해 엄마라는 존재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탈바꿈 시킨다. 현실에서 느낀 치매 환자에 대한 거부감을 여러 문학적 장치를 통해 이해하고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개념으로 바꿔준다. 그리고 치매를 치료해야 할 질병이 아닌, 우리가 가슴으로 이해하고 보듬어야 할 대상으로 치환시켜 준다.

 


 

눈앞의 문제를 문학이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문학은 사람을 변화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해 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책에서 답을 찾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 책에서 "치매"가 가진 의미는 대상을 이해하기 위한 장치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엄마" 역시 우리가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대상의 대명사로 봐도 될 듯싶다.

 

이런 이유로 꼭 치매나 엄마라는 것에 국한될 것 없이 마음으로 무언가를 품어야할 과제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읽어 보길 권한다. 형에게도 형이 필요하고, 아빠에게도 아빠가 필요하고, 배우자에게도 배우자가 필요한 법이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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