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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기타

[책요약] 질병의 탄생 - 홍윤철

by 세발너구리 2022. 9. 5.

과학과 의학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도 어찌하여 인간이 질병에 고통받는지를 탐구한 책.



책 전반에 걸쳐 저자의 주장은 일관되게 다음과 같다:

(1) 환경에 적응한 개체가 생존에 유리하며,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자연선택의 압력을 받음  

(2) 애초 한 곳에서 출발했던 인류는 빙하기 등 환경변화에 따라 집단별로 거주지를 이동함

(3) 이주한 지역의 환경에 따라 유전형질의 분화가 발생했고, 각 지역의 질병에 대항할 수 있는 개체를 중심으로 생존과 번식이 이루어짐(= 인종별, 지역별로 질병에 대한 대응/면역력의 차이 발생).

(4) 빙하기 이후 환경 변화 → 농업혁명 발생 (약 1만 년 전) → 잉여재산 발생 → 타 지역과 교류 → 각 지역의 고유한 질병 전파.

(6) 산업혁명 →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많은 화학물질과 접촉 → 과거와 다른 유형의 질병 유행

(결론)
- 선행인류의 유전자는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충분하였음. 따라서 만성질병이 아닌 급성질환, 상처, 사고 등이 주요 사망원인임.
- 그러나 현생인류는 약 1만 년 전의 농업혁명에서부터 시작한 급격한 환경변화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음
- 또한 산업혁명은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환경 변화를 유발함
- 결국 현생 인류는 선행 인류가 경험할 기회가 매우 적었던 즉, 유전적으로 적응되지 않은 질병들과 싸우게 됨 (당뇨, 고혈압 등)

농업혁명을 인류의 비극이 시작된 분기점이라는 의견을 몇 차례 본 적 있는데 논지는 대부분 비슷하다.

농업혁명 전 인류는 생태계 내에서 가히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뛰어난 도구 활용능력에 더하여 엄청난 지구력과 협동심을 바탕으로 1:1로는 절대 못 이기는 동물들을 사냥했다는 것.  

하지만 농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인류는 약해진다. 곡류를 주식으로 삼는 건 농업혁명 이후의 인간이 유일하고, 결국 수십,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영향 공급 시스템은 혼란에 빠진다.  

식습관의 변화는 영향의 불균형과 면역약화를 유발했고, 연쇄적으로 여러 질병에 노출됨으로써 수명이 단축되는 효과를 낳게된다.  

그렇다면,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계속 농경사회를 유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바로 안정성 때문이다. 농경사회는 식량공급의 불안정성을 상당수 해소했고, 한 곳에서 정주함과 더불어 자손의 증가를 가져다 준 것이다.


한편, 농업혁명으로 충분히 힘들어하는 중이던 유전자들은 산업혁명으로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부딪힌다.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화학물질에 항시 노출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화학물질들은 호르몬 교란을 일으켜 기존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질병들의 주요원인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 중 술과 담배에 관한 내용이 재미있다.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이롭다는 얘기들은 많이 들어봤을텐데, 저자는 그 이유를 유전자의 적응에서 찾는다. 술은 기본적으로 '발효'라는 자연 상태에서의 현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오랜 기간에 걸쳐 인류는 술에 적응할 수 있었다.

반면 담배는 인공적인 제조가 필요하므로 인류가 담배를 소비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담배는 우리가 미처 적응할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대량의 소비가 시작된 관계로 아주 소량의 흡연도 백해무익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 인간이 술을 마시기 시작한 이유가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본 기억이 있다. 술과 음식을 같이 섭취했을 경우 음식으로부터 얻은 에너지(칼로리)는 거의 보존이 되므로, 소량의 음주는 식량을 얻기 힘들었던 과거에 매우 효율적인 에너지 확보 수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두 책의 내용을 연결해 보면 인류가 음주에 적응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주장이 되는 듯.


추가로, 저자는 질병이 만연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3가지 제시하는데... 글자수 초과로 패스;;;



책을 읽는 내내 '총, 균 쇠'의 '균' 심화과정 같다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모든 질병의 원인이 저자의 생각에 따라 발생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마도 상당부분은 저자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다만, 모든 것을 자신의 주장에 연결하려는 지나친 노력에 한 번씩 '과하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어찌 되었든 추천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책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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