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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역사

[책리뷰] 살바도르 아옌데: 혁명적 민주주의자 - 빅토르 피게로아 클라크

by 세발너구리 2022. 9. 6.

'오늘은 비가 내립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생각나는 사람, 살바도르 아옌데의 전기.

 

아옌데라는 인물에 대하여는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어쩌면 그의 최후에 대하여는 한번 정도 접해 봤을지 모르겠다.

 


 

아옌데는 1970년부터 1973년까지 칠레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다.

 

당시 칠레의 국가 재정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1960년 ~ 1970년 당시에는 어지간한 아시아 국가보다 형편이 나왔다. 하지만 국가의 재정과는 다르게 국민들의 삶은 그러하지 않았는데, 당연하게도 일부 계층에게 부가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칠레의 문제 중 가장 핵심적인 것 하나가 칠레의 국가 수익 중 상당한 비율을 차지했던 구리 광산의 수익이 외국, 특히 미국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즉, 친미적 성향의 인사 및 미국 자본으로 설립된 다국적 기업들을 중심으로 부의 분배가 이뤄졌던 것.

 

이쯤되면 (눈치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부의 재분배와 일반 서민들에게 기본적인 복지를 제공하고자 하는 정치이념이 성장하게 된다. 바로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가 정치무대의 전면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아옌데는 이런 상황에서 칠레의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후 사회주의에 기반한 여러 정책을 펴게 되는데, 우선 구리 광산을 국유화하는 한편, 60세 이상의 노령인구를 대상으로 연금 지급, 어린이를 대상으로 무상 우유 배급, 모든 동네마다 보건소와 같은 의료기관 설치, 칠레 전 지역을 대상으로 수도 설치 등과 같은 정책을 준비/시행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 지금 보면 매우 당연한 - 복지 정책들의 상당수가 중도에 중단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시행조차 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그 주된 이유는... 미국의 자본을 등에 업은 자국 내 반대 세력들 때문이다.

※ 참 경이로운 부분이, 이런 상황에서도 아옌데는 끝까지 민주적·평화적 절차를 고수한다. 글로 읽어도 답답함이 넘치는데, 그런 상황을 어떻게 인내했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특히 당시 미국의 대통령 닉슨은 엄청난 자금과 CIA까지 동원하여 아옌데를 정치적/경제적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이러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아옌데의 지지율이 유지되자 결국.. 칠레 내부의 반대세력을 이용하여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게 한다.

※ 미국 입장에서는 라틴아메리카에 사회주의가 확대되는 것도 싫었을 것이고, 미국과 척을 지고 있는 쿠바와 칠레가 친한 관계였다는 것도 마음에 안들었을 것. 또한, 결정적으로 중요한 전쟁자원인 구리에 대한 미국의 실질지배가 약화되는 것도 원치 않았을 것이다. 여튼, 미국의 눈에는 여러모로 아옌데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을 듯.

 

1973년 9월 칠레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아옌데는 대통령궁에서 쿠데타 세력에 맞춰 싸운다(단순 비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소총을 들고 군부와 맞서 싸웠다).

 

아옌데는 대통령궁에서 군부와 맞서면서 라디오를 통해 전 국민에게 연설을 한다. 바로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이여! 나는 칠레와 그 운명에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포함된 그 유명한 연설을 말이다.

 

하지만 경호원 몇 명과 소총 몇 자루로 어찌 군대를 막을 수 있겠는가...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자 아옌데는 주변인들에게 모두 투항하라고 명령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생을 마감한다.

 


 

그의 마지막은 비극으로 끝났지만 현재 칠레에는 그를 존경하는 수 많은 국민들이 있고, 수많은 나라에서 그의 사상을 다시금 돌아보고 있다.

 

'사회주의 = 공산주의 = 독재주의'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현재의 우리나라에서도 교육, 의료, 공공서비스는 국가의 영역이고 천연자원은 공적자원으로써 국가에서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보면, 아옌데가 꿈꿔왔던 세상이 50년이 지난 지금에는 수많은 국가에서 보편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 이 시점에서 갑자기 허경영 생각이 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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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굉장히 무미건조하게 쓰여져 있다. 즉,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책은 재미로 읽는 것이 아니기에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마지막은.. 체 게바라가 아옌데에게 적어 주었던 문장 한 구절로 마무리.

같은 목적을 나와 다른 수단을 통해 추구하고 있는 살바도르 아옌데에게

... 멋쟁이들의 찐한 향기가 가슴 뭉클하게 올라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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