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읽은 책/철학

[책리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by 세발너구리 2022. 9. 9.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우리 모두 읽지 않은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부제의 일부인 '악의 평범성'으로 널리 알려진 책이다.

책 내용에 앞서.. 번역이.. 눈물이 난다. 교보문고에 방문해 보면 많은 독자들의 번역에 대한 원망 섞인 리뷰를 볼 수 있다.




아이히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장교 출신인 인물이다. 그의 업무는 유대인 이송.

1960년, 아르헨티나에 숨어 살던 아이히만은 이스라엘의 첩보기관에 납치되어 압송된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법정에서 전범행위에 대한 재판을 받아 사형에 처해진다.

※ 피해국의 법원 또는 국제재판을 통해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납치 이후 관할 위반 소지가 있는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했다는 점에 대하여도 논쟁이 있다. 납치의 불법성은 워낙 명백하지만, 현재의 이스라엘이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건국되었다는 점과 전쟁 당시 학살된 유대인들은 폴란드 등의 국적을 가진 국민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스라엘 법원이 재판 관할권을 갖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

아이히만이 직접 유대인을 학살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에는 죽음에 이를 수 밖에 없는 수용소로 '매우 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이송하였다는 점에서 그의 잘못에 대한 의문이 있지는 않다. 즉, 여러 논쟁에도 불구하고 그가 유죄라는 점은 대다수가 동의한다.

다만,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이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업무로써 그러한 행위를 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겉 보기에 평범하고, 실제로 사생활 역시 너무나 평범했던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업무의 일환'으로 그와 같은 잔인한 행동을 했다는 점에는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논했던 것이다.

...

한편, 아이히만 역시 그의 행위를 인정하였다. 또한, 그러한 행위가 범죄라는 것 역시 인정하였다.

그러나 아이히만은 본인의 행동이 결코 사악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며, 누군가를 죽일 의도도 없었고, 유대인을 증오하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실제, 전쟁 초기에 아이히만은 유대인의 탈출을 돕기도 했다). 다만... 아이히만은 당시에 본인이 행했던 것은 국가의 결정이었고 그렇기에 그 결정과 다르게 행동할 수는 없었으며, 그렇기에 본인의 행동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 한나 아렌트는 '사유하지 않는 것'을 '악'으로 규정한다. 이때 말하는 '사유'는 현실의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서로 다른 의견과 갈등 사항을 조율하며, 권력과 권위에 순응하지 않는 것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아이히만과 같은 부류의 인물은 자신이 하는 일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단지 국가의 지시라는 이유만을 유대인 학살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악'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아이히만의 행동을 마냥 비난할 수도 없는 것이, '평범'이라는 단어에서처럼 그의 행동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군인들의 행동, 학교 내에서의 집단 따돌림, 회사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업무'이기에 따르는 모든 것들, 관동 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이 조선인에게 저지른 만행, 특정 외국인에 대한 혐오 등 역시 아이히만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고에 기초한다.

한나 아렌트는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기, 말하기, 판단하기의 무능'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즉 '사고하지 않는 무지'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

나 역시 '악의 평범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여기 저기 많이 찔린다...T_T).

이미 벌어진 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으니,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항상 경계하고, 기존의 잘못에 대하여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태도로 사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올해는 좀 더 훌륭한 어른이 되어야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