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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소설

[책요약]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 로셀라 포스토리노

by 세발너구리 2022. 9. 13.

예전에 제목만 한번 봐 뒀던 책인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고 생각난 김에 읽게 된 책이다.
히틀러가 먹을 음식에 독이 들었는지는 사전 감별하기 위해 그의 음식을 먼저 먹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

 

작가가 실제 히틀러의 시식가였던 실존인물 마고 뵐크의 고백을 신문에서 접하고 쓰게된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는 인터뷰 기사를 본 후 직접 당사자를 만나려고 하였으나, 마고 뵐크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기 때문에 본인의 상상에 의존하여 소설을 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순수 아리아인이지만 나치를 적극 지지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전쟁으로 어머니를 잃고 남편은 전쟁터로 보낸 후에 시부모와 함께 사는 와중에 나치 친위대를 통해 시식가로 선택된다.

 

책은 시식가로 생활하면서 겪게되는 일들과 그녀의 과거 사건들을 오가며 전개된다. 독이 들었을지도 모르는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공포와 불안감, 같은 시식가 동료들과의 갈등과 친분관계 등이 그녀가 이전에 겪었던 일들과 섞이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공은 남편이 전쟁터에서 실종되었다는 공문을 받게 된다. 시부모와 주인공은 '실종'이라는 단어에 담겨 있는 '아직 살아 있을 것'이라는 약간의 희망과 '이미 죽었을 것'이라는 외면하고 싶은 절망을 마음에 지닌 채 살아간다.

 

이후 그녀의 어두운 삶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게 되는데... 바로 나치 친의대 장교와 육체적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은 목숨을 대가로 배를 불리는 나치의 부역자이자 아직 생사가 확실하지 않은 남편을 배신한 여자라는 죄책감에 고통받으며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이어간다.

 

주인공의 심정이야 어찌되었건 전쟁은 막바지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는 부정한 연인이었던 나치 친위대의 도움으로 홀로 목숨을 구하게 된다.

 

...

 

책의 마지막은 나름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 내용을 적지는 않겠다.

 


 

저자의 모국인 이탈리아를 비롯한 몇몇 유럽에서 상당히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하는데, 여운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인 듯.

 

일단, 책은 독이 들었을지 모르는 음식을 먹는다는 두려움과 '나치의 일원, 부정한 여인'이라는 죄책감을 전쟁이라는 상황과 버무리며, 잘잘못을 판단할 수 없는 애매한 삶의 현상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 삶의 대부분을 건너뛰어 현재로 넘어가며 소설이 마무리된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궁금했던 것이 종전 후 그녀의 삶이었는데... 그게 없다.

 

최악의 상황에서 (어쩌면 안할 수도 있었던 것들을) 저지른 잘못을 마음속 깊이 담고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기에 현재를 사는 우리는 너무나도 평탄한 삶을 살아왔는가 싶다.

 

확실히 뭔가 아쉽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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