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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소설

[책요약] 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by 세발너구리 2022. 9. 13.

최근 다른 분들의 피드에서 자주 보이기에 읽어 본 책.

재미있고, 유쾌하다.

 


 

오베라는 남자는 까칠하다. 고지식하고, 거칠고,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도 사랑하는 부인이 있었다. 오베는 부인에게 헌신했었고, 부인은 오베의 단점까지 사랑했었다. 하지만 부인은 세상을 떠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평생을 일했던 직장에서 해고당한다.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세상은 인정하지 않았던 그였기에, 부인을 먼저 보냈다는 것과 직장에서 쫓겨났다는 것은 그에게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과 동일한 것이었다. 물리적으로만 존재하는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

 

오베가 죽음을 준비하는 중에 이웃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를 오게 된다. 어리버리한 남편과 외국인 부인, 그리고 어린 자녀 둘... 더하여 뱃속에 있는 아기.

 

새로운 가족은 오베가 정한 규칙에 절대 맞지 않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끔직하게도 그가 세상을 떠나려는 것을 수시로 방해한다. (이 부분들이 참 재미있다. 오베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때마다 자살보다 급하고 중요한 일들이 생긴다. 마치 오베의 부인이 오베의 죽음을 막기 위해 이웃들을 보낸 것처럼 말이다)

 

이웃들과 좌충우돌하면서도, 오베는 인생 전반에 걸쳐 결코 이길 수 없었던 관료제의 상징 '하얀 셔츠'를 이웃들과 힘을 합쳐 이겨내는 쾌거를 거두기도 한다.

 

소설은 오베가 죽음보다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 나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오베 역시 본인이 정의했던 세상과는 또 다른, 하지만 계속 살아갈 가치가 있는 세상을 인정하게 된다.

 


 

소설의 주제 전반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단락들이 있어 옮겨 적음.

 

... 그 머저리들이 전기 충격을 받아 마땅한 것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 그가 관둔 건 어쩔 수 없이 사악해지는 것과 안 그래도 되는데 사악해지는 것 사이의 차이를 누군가 일깨워 줬었다는 걸 기억했기 때문이다.

... 그는 세상사에 질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복되는 일상이 있어야 했고 그 일상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야 했다. 그는 그게 어떻게 못된 성질머리가 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 오베는 사람들은 제 역할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는 언제나 제 역할을 했고, 누구도 그에게서 그걸 빼앗아갈 수 없다.

...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에게 품위란, 다 큰 사람은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뜻했다. 따라서 품위라는 건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자부심. 올바르게 산다는 자부심. 어떤 길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 아는 것. 나사를 어떻게 돌리고 돌리지 말아야 하는지를 안다는 자부심.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은 인간이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존재였던 세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

 


 

이익이 아닌 가치를 지키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인물을 재미있게 그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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